무더운 여름 휴가철 볼거리는 산과 들,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족과 함께 도심의 공연장으로 발길을 향하면 색다른 피서법을 찾을 수 있다. 배우들의 열정 넘치는 무대와 작품에 몰입하다 보면 더위는 어느새 저만치 물러선다. 코믹 스릴러극과 게임을 뛰쳐나온 뮤지컬, 작가정신이 돋보이는 창작극이 준비되고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보자.
◇사마귀=12일부터 내달 2일까지 극장 마카 무대에 오르는 극단 마카의 미스터리 공포물 '사마귀'(추동균 연출)는 시종일관 관객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긴장감을 이어간다. 단순히 놀라게 하거나 엽기적인 행각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가족문제를 통해 진실을 파헤쳐 가는 심리적 상황극으로 묘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절대 남자친구를 혼자 두지 마라." 셋째 아델라의 남자친구 후안의 방문에 바쁜 세 자매. 두 언니는 오랜만에 집을 방문하는 손님 대접 준비로 바쁘지만 아델라에게 충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신들도 남자친구를 집에 초대한 일이 있었으나 우발적 사고로 둘 다 이 집에서 죽었다는 것.
그때 집으로 들어온 후안은 호들갑 떨며 자신을 대접하는 자매들 속에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알고 보니 이 집에는 알려지지 않은 네 번째 딸 테레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병이 있어 지금까지 감금돼 있었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관객은 후안의 시선을 통해 세 자매의 기괴한 행동, 벽장 속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비명 등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된다.
칠레 작가 알레한드로 시비킹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사마귀'는 칠레뿐 아니라 미국 등 영어권 여러 나라에서도 공연될 정도로 구성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단측은 "대구 초연이라는 의미를 넘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새로운 문화권의 양방향적인 문화 충돌과 어울림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효숙 이중옥 김도희 이지은 박찬규 김윤정이 출연한다. 평일·일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7시30분·10시(월요일 공연 없음)1만 5천 원. 053)421-2223.
◇테일즈런너=극단 한울림이 제작, 11·12일 이틀간 봉산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되는 '테일즈런너'는 동명의 온라인 게임을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재탄생시킨 작품. 게임 속 주인공들이 컴퓨터 속을 박차고 나와 무대에 오르는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게임 뮤지컬'이다.
정철원 예술감독은 "캐릭터와 내용을 연극적으로 재해석해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감과 흥미를 그대로 무대로 옮겨놓았다."고 했다.
이야기는 초원, 밍밍, 보보가 자신도 모르게 위기에 빠진 동화 속 나라에 오면서 시작된다. 어둠의 마녀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동화나라를 시기해 아이들로 하여금 동화책을 읽지 않게 만들어 동화나라의 에너지가 점점 떨어진다. 동화나라의 힘이 약해지면서 동화 속의 주인들은 거친 행동을 보이고 초원, 밍밍, 보보는 위험에 처한 동화나라를 구출하기 위해 '소원의 돌'을 찾으러 가는 모험길에 오른다.
이 뮤지컬의 원작인 게임 '테일즈런너'는 대구의 한 게임개발업체가 개발한 온라인 캐주얼 게임으로 동·서양의 전래동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문화관광부로부터 우수게임상을 수상하는 등 30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극단 측은 이번 공연이 게임과 뮤지컬이라는 문화컨텐츠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은정이 연출을 맡았으며 구주완, 백은숙, 이인호 등이 출연한다. 11일 오전 11시(단체)·오후 4시, 12일 오후 2시·4시. 1만 원. 053)780-2024.
◇도서관 가는 길=17·18일 봉산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극단 한울림의 '도서관 가는 길'(이소연 작·정철원 연출)은 아파트의 지하창고에 버려진 시각장애인 임산부와 책들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음을 소통하는 것은 밝은 빛이 아니라 맑은 눈이다. 그 눈은 세상의 모든 것들의 존재를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꽃마을 아파트의 지하 창고. 한 거지 임산부가 몰래 숨어들며 극은 시작된다. 어느날 분리 수거된 책들이 지하 창고로 쏟아져 들어오고 책의 혼들은 자신들을 읽어줄 사람들을 기다리게 된다. 임산부는 끊임없이 낡은 점자책을 읽으며 출산을 기다리고, 책들은 도둑이 훔쳐온 랩탑 컴퓨터의 출현으로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의 혼들은 사람들의 문명의 이기와 컴퓨터에 의해 이기적이고 독선적으로 변했다며 괴로워하고 임산부는 난산으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다.
2005 대구연극제 대상작이면서 제23회 전국연극제 금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창작극은 남성중창단, 재즈댄스, 현악기 연주 등 총체극 형식으로 꾸며진다. 천정락, 백양임, 구주완 등이 출연한다. 오후 7시30분. 일반 1만 원, 학생 5천 원. 053)784-2026.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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