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경제가 요즘 어렵다. 경기는 하강국면에 접어들었고,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국제유가와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는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거품논란이 진행 중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북한발 미사일 긴장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킨다. 온 국민이 화합하고 단결하여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때이다.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시장경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 지키고, 정책도 시장원리에 따라 일관성 있게 집행한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정책기조도 재정지출을 늘리기보다 국민의 부담을 줄여 소비여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돼 나라의 성장력이 커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전문가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협정의 의미와 영향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 국익증강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처리해야 한다. 양극화문제도 있는 사람들의 절제와 겸손, 없는 사람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세계는 지금 기업유치 경쟁이 심하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일자리를 늘리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미국조차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극한 정성을 기울였다. 자국으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내건 인센티브는 파격적이다. 세계 각국이 추구하는 국가상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기업이 들고 나는데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는 과감히 내던지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국가경쟁력 강화의 지름길로 삼고 글로벌 경쟁사회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르다. 기업의 유치, 신설, 증설은커녕 있던 공장마저 해외로 빠져나간다. 기업인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규제공화국이다. 근로자의 권익보호는 중시하면서 사용자의 권리보호는 경시하는 반기업정서와 반외자정서도 큰 걸림돌이다. 기업을 불러오는 나라와 기업을 내쫒는 나라, 어느 쪽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명백하다. 세계 경제 10위 한국의 2006년 국제경쟁력은 38위이다. 홍콩 2위, 싱가포르 3위, 중국 19위, 인도 29위, 태국조차 32위이다. 세계는 지금 무한경쟁의 시대이다. 우리나라가 망해도,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해도, 눈하나 깜박해 줄 이웃나라가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도 미래를 읽고, 현재의 병폐를 도려내는 혁신경영이 필요하다. 혁신은 사용자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노사가 함께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회사는 투명하고 신뢰받는 경영시스템을 정착시키고, 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은 일에 대한 성취감과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 흥하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근로자는 일자리를, 투자자는 배당을, 정부는 세금을, 협력업체는 동반성장을 얻는다. 따라서 기업의 혁신을 방해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국민 모두가 날카롭게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노동환경이 열악하여 임금으로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울 때는 노동운동가가 필요했고,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이 파업에 더 적극적이다. 그들이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내걸고, 자신들의 임금도 올려주고 노동환경도 바꿔 달라고 파업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다. 이제 그들 스스로 자본가에게 수탈당하고 있다는 구시대적 관념에서 벗어나, 비정규직 등 고통받는 소외계층에게 다가가 더불어 사는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포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불법점거사태가 노조의 자진해산으로 끝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노조의 막가파식 불법행태와 민노총의 충돌질, 정부의 무기력한 공권력이 결국 국민과 기업, 국가경제는 물론 노조 스스로에 큰 상처만 남겼다. 울산 현대차노조도 올해까지 19년째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파업이 끝나고 파업기간에 못 받은 임금을 격려금 명목으로 챙겼다. 결국 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수천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와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노조는 잠시 이겼을 뿐이다. 그들의 파업은 나라와 국민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었다.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이 경제이다. 경제는 재화의 생산, 교환, 분배, 소비활동이 이뤄지는 시장의 일자리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지금보다 넓고 다양한 시장과 보다 더 경쟁력 있는 경제활동이 필요하다. 거기에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시장에 있다.
이수성 前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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