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에 걸린 학생이 생기면 학교에서는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을까.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도 거액의 치료비에는 턱 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첫 수술은 치렀다고 해도 긴 치료 기간 동안 제대로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경북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2000년 이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경북도 교육청이 2001년부터 '난치병 학생 돕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많은 학생들을 가난과 질병에서 구한 덕분이다.
여기에는 난치병 사업 초창기부터 실무를 맡아온 도 교육청 평생체육과 박종옥(48·보건사무관)·김동식(44·보건주사) 씨의 공로가 숨어 있다.
"가난해서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교육감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어요."
일단 사업 착수는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모금의 주체가 될 수 없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랑의 걷기 행사, 종이학 접기, 사랑의 편지 보내기, ARS 자동이체 전화하기, 991(99명이 모여 1명을 살리자는 취지) 자투리 모금, 사랑의 우유곽 채우기 등 기발한 모금방법이 총동원됐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모금함을 들고 어디든 달려갔다. 교육청 주최 행사장에는 특히 빠지지 않았다.
성과는 놀라웠다. 첫 해 10억 원의 성금이 모였다. 박 씨는 "대부분 일반 학생·학부모의 동참으로 쌓인 금액이라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었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모금된 총 성금은 64억2천여만 원.
두 사람은 40여 곳이나 되는 전국의 병원으로 출장을 다녔다. 환자가 진료받고 싶은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병원 복지과를 찾아가 특진비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었다.
"처음에는 공무원이 왜 이러고 다니느냐고 의아해했지만 설명을 들으면 대부분 협조해 주셨지요."
지난 6년 간 난치병 사업의 지원을 받은 학생은 모두 572명. 이중 76명이 완치됐지만 64명은 생을 달리했다. "방사선 치료 때문에 머리가 다 빠진 채 무균실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면 집에 있는 자식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혼자 힘으로 병을 이길 수 없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 대상이 됐다. 지원 한도액도 두지 않아 한 백혈병 환자는 항암치료에서 골수이식수술까지 8천여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김 씨는 "수혜자 중 98%가 생계능력이 없는 가정의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한 백혈병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전화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리 애가 결국 죽었습니다."고 말문을 연 아버지는 "그래도 좋은 병원에서 원없이 치료를 받고 갔으니 가슴에 응어리는 없다."며 고마움을 전했다는 것.
두 사람은 "난치병 학생 돕기 운동이 서울, 대구 등 타 시·도에도 보급되고 있어 다행"이라며 "공무원 생활 중 가장 보람있었던 일에 동참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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