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 말을 '아주 가까운 누군가조차 잘되는 꼴을 못 본다.'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달민족은 참으로 정이 많은 민족입니다.
나를 아끼는 만큼 다른 이들도 아껴주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정말로 기뻐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면 진심으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러한 마음 씀씀이들이 사라졌습니다.
정을 나누는 미담들이 茶飯事(다반사)로 일어나야 하는데, 가뭄에 콩나듯 들려올 뿐입니다. 안타깝습니다.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군 할아버지의 弘益人間(홍익인간)이란 개국이념과 불교의 慈悲心(자비심)의 영향 아래 밝은 생각을 일구어온 민족인데 어이하여 지금은 이렇게 되었는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 말은 맞는 말입니다. 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정이 깊음을 나타내는 말인데, 그렇게 사용하지 않고, 외려 정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옛날에 똥은 아주 중요한 거름이었습니다. 오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똥·오줌은 아무데서나 배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길에 똥을 버리면 곤장 열대를 맞았다고 합니다. 땅을 풍요롭게 할 훌륭한 거름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자, 사촌이 땅을 샀습니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축하의 방법으로 그 땅에다 똥을 눠줍니다. 그 땅에서 많은 것을 수확하기를 바라면서…. 똥을 누기 위해서는 사전단계가 있습니다. 배가 살살 아파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사촌의 땅에 풍요를 기원하며 거름을 주기 위해서 배가 아픈 것입니다. 이렇듯 좋은 의미를 지닌 말임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자랑스러운 배달민족을 폄훼하여 아주 가까운 사람조차도 잘되는 꼴을 못 본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군 할아버지가 보시면 기절할 노릇입니다. 단군 할아버지가 걱정할 것은 이뿐 아니라 또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서에 대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적에 소월의 시를 배우면서 우리의 민족적 정서가 恨(한)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때에는 아니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한이라는 것이 어떻게 우리 민족의 정서일 수 있겠느냐는 소리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배우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설령 우리 민족의 정서가 한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바꾸어야 하는데, 아닌 것을 억지로 두드려 맞추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배달민족의 정서는 情(정)입니다. 결코 恨(한)이 아닙니다. 한은 정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이 넘치다 보니 그 가운데 한을 품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이 나라를 멍들게 하고 있는 고질적 편견에서 벗어나야만 합니다.
정의 문화를 회복하고 또한 발전시켜, 화합하고 정이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정서를 회복한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은 불교를 통해 인간의 밝은 성품을 보아왔습니다. 불교는 인간 이성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르침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여 불교가 없었다 할지라도 단군 할아버지의 이념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아니던가요? 밝음을 생각하면 자연 밝은 인연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밝은 정을 나눕시다. 이 사회를 정이 가득한 사회,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어 봅시다.
선용 스님(동화사 포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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