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살·납북 언론인 284명·종교인 371명

정진석 명예교수 '6·25 전쟁 납북' 출간

한국전쟁 중 피살되거나 납북된 언론인은 284명이고, 종교인은 371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언론사를 연구해온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민간인 8만3천여명 가운데 언론인과 종교인이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납북됐는가를 정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6·25 전쟁 납북'(기파랑)을 펴냈다.

책에 따르면 언론인 36명이 피살됐고 248명이 납북됐다. 당시 라디오 채널 하나만 갖고 있던 KBS는 직원 28명이 납북됐고 2명이 피살됐다.

1952년 공보처가 조사한 '피살자 명부'를 보면 언론인으로는 이종린(대한민보 기자), 고영환(동아일보 논설위원), 신일용(일제시대 조선일보 주필) 등이 포함됐다.

납북 언론인 중에는 방응모(조선일보 사장), 안재홍(한성일보 사장), 백관수(일제시대 동아일보 사장), 언론인 겸 소설가였던 이광수, 방송인 겸 시인 김 억, 방송인 겸 수필가 김진섭 등이 들어있다.

경향신문의 신태익, 동아일보의 장인갑, 한성일보의 양재하, 자유신문의 마태영, 태양신문의 남국희 등 일간지 현직 편집국장들도 납북됐다.

책은 종교인으로는 기독교의 목사와 천주교 신부를 포함한 전도사, 장로 등 교직자 176명이 피살 당했고 195명이 납북됐다고 전했다. 이중에는 살해된 서양인 선교사 20여 명, 납북된 12명이 포함됐다.

한국전쟁 중 기독교도를 집단 학살한 대표적 사건으로는 60여 명의 교인을 집단으로 숨지게 한 충남 논산의 '병촌교회 사건'이 있다.

납북된 개신교 종교인 중에는 광복 후 조선기독교청년회연합회 총무로 당선됐다가 정부 수립 후 경기도 지사를 역임한 구자옥, 제헌 국회의원을 지낸 권태희 등이 포함됐다.

주한 교황사절이었던 제이스 패트릭 번 미국 주교는 한국전쟁 발발 후 외국인 성직자를 일본으로 피난시킨뒤 교황사절관을 지키다 인민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됐다. 이후 북으로 끌려갔다 옥사했다.

저자는 1950년대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조사, 작성한 '피살자 명부', 1956년 대한적십자사 희생자 가족의 등록으로 작성한 '실향사민 등록자 명부' 등 자료를 조사해 언론인과 종교인들의 이름을 찾아냈다.

개인별로 납북 당시 직책, 나이, 주소와 피랍 장소, 정황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으며 언론사별, 종교별 숫자를 집계했다.

정 명예교수는 "전쟁 중 납북된 언론인 연구가 없었다는 사실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며 "책에서 밝히려는 피살자와 납북자는 언론인과 종교인에 국한됐지만 납북자 문제는 가장 우선적으로 밝혀야 할 과거사로 인권 차원에서도 납북자 문제의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312쪽. 1만2천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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