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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양치상 作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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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말

양치상

넝쿨은

폐수에 젖어 있다.

거미줄을 헤적이던 풀잎사귀는

이슬을 머금은 채

죽어가고 있다.

늪가에 흩어지는

녹슨 기계 소리

비닐 찌꺼기들이 날아가고 있다.

오늘도

무슨 팻말 글씨인지 흐릿하게

여위고 있다.

문명은 지상의 모든 것을 인간 삶에 이바지하는 도구로 만들어 간다. 인간 중심의 이런 문명은 다른 존재들의 고유성을 변화시키거나 지상에서 조금씩 몰아내고 있다. 늪에서 살던 수생식물(水生植物)의 '넝쿨은/ 폐수에 젖어' 있고, '거미줄을 헤적이던 풀잎사귀는/ 이슬을 머금은 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배설물인 '녹슨 기계 소리'·'비닐 찌꺼기들'은 뭇 생명체를 향해 독기를 내뿜고 있다. 그 독기는 급기야 인간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인간의 이름으로 세워 놓은 '팻말 글씨'도 흐려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흐려져 가는 것이다.

이윽고 인간은 자신의 문명에 의해 지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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