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 재산을 털었는데…" 가맹점 업주 '우리도 피해자'

'INSERT COIN(돈을 넣으세요)'

21일 오후 8시 대구 서구의 한 '바다이야기' 가맹점. 85평 남짓한 곳에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60대의 게임기에서 쏟아내는 'INSERT COIN'이라는 불빛만 텅 빈 업소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곳 업주 C(52)씨는 넋이 나가 있었다. 30년간 건축일을 하며 모은 돈 6억 원을 투자, 두 달 전 '바다이야기'를 차렸다는 C씨. 최근엔 하루 담배를 5갑이나 피운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가 연일 신문·방송에 오르내리면서 손님이 80% 이상 줄었습니다. 잠도 안 오고…. 이러다 정신병원에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전 재산을 털어 부었는데 가족들 볼 면목도 없다는 것.

"제 돈만 넣었으면 걱정도 안 합니다. 4억 원은 친구들로부터 빌렸는데, 친구들 빚만은 갚아야 되는데…"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바다이야기를 운영하는 B(48)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는 아예 사업장에 '내부 수리중' 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연일 계속되는 단속 철퇴에 영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는 것. B씨는 "마지막 히든카드라 생각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차린 가게"라고 털어놓았다. 영업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맞은 파국이었다.

식당을 하다 전 재산을 털어 대구 동구에 바다이야기를 차렸다는 K(42)씨. "동촌 유원지에 놀러 나왔습니다."라고 운은 뗀 그는 유원지나 다니면서 요즘 세상을 등지고 산다고 했다. 파리만 날리는 사업장엔 가기도 싫고, 쳐다보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가 철퇴를 맞기 시작하면서 뒤늦게 '바다이야기' 가맹점을 시작한 업주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았으니, 전혀 단속될 것이 없다."고 하던 본사 측의 말은 온데간데없고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손님이 뚝 끊어져 버린 것.

바다이야기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본사에서 대당 750만 원 남짓한 돈을 주고 게임기를 구입했고, 본사에서 기술자가 나와 설치를 해줍니다. 당연히 합법이라고 했는데, 게다가 우리는 기계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는데, 이제 와서 불법이라니요? 우리는 기계에 왁스칠하고 걸레질한 죄밖에 없어요. 우리는 이제 어떡합니까?"라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6개월 전 "바다이야기도 이제 끝"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으며 일부 업주들은 큰 돈을 벌고 철수를 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뛰어든 '초보 업주들'은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 대구지회 한 관계자는 "정부가 허가를 내줄 땐 언제고, 이제 와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단속을 하는 것은 결국 가맹점 업주들의 대규모 소송 제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바다이야기 가맹점 계약을 받은 본사 측은 가맹점 업주로부터 가맹점 가입비를 받지 않으며 순수하게 오락기계 판매 마진만 챙겨왔다. 바다이야기가 처음 선보였을 당시 기계 1대당 가격이 400만 원 안팎이었으나 최근엔 800만 원 안팎까지 치솟아 대다수 가맹점 업주들은 최소 5억 원, 많게는 10억 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이야기 파동'이 시작된 최근엔 기계를 300만 원에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고 가맹점 업주들은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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