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 쓰면서 생각 깊어지고 관찰력 늘었죠"

대구 경명여고 이지은양

"시 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각이 더욱 깊어진 것 같아요. 사물을 관찰하는 힘도 길러졌고요."

경명여고 이지은(18) 양은 이 학교 시 동아리 '비슬령'에서 시작(詩作)에 몰두하고 있다. 거창한 시 쓰기는 아니지만 시에 대한 열정만큼은 전문 작가 못지 않다.

이 양은 최근 시 교육청에서 주최한 시작(詩作) 대회에 '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을 출품해 상을 받았다. 인생의 여정을 여행에 비유해 쓴 글이다. 그런 마음을 담아 '길을 가자'는 구절을 자신의 시 속에서 반복했다. 이 양은 "때로는 길이 아닌 곳도 가야 하는 여행자의 마음이어서 불안하지만 당당하게 내 인생을 헤쳐나가자는 의미"라고 뜻풀이를 했다.

시 쓰기에 관심을 둔 것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무렵. '어느 날 시가 나를 찾아왔다.'는 한 외국 작가의 말처럼 시는 갑자기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 무렵부터 쓰기 시작한 시가 대학노트 1권 분량이다. 습작에 그치는 것도 많지만 지은이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 1호다.

시 소재는 책이나 유명한 구절에서 떠올릴 때도 있지만 실생활 속에서 별안간 만나기도 한다. 갑자기 시상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칠성시장처럼 붐비는 곳에 가서 사람들을 잘 관찰하다보면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지은이는 서정주, 김소월과 생텍쥐페리를 좋아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구절이 너무 좋아 힘들 때마다 되뇌일 정도다.

주로 밤에 시를 많이 쓰는데 아침에 읽어보면 '닭살' 돋을 때도 많다. 동아리 친구들이 자신의 시를 퇴고해 주면 비로소 좋은 시가 될 때가 더 많다.

수능을 80일가량 앞둔 이 양은 요즘 바쁜 수험 공부 중에도 틈틈이 학교 축제에 낼 시를 구상 중이다. 이번에는 '애정결핍'을 주제로 정했다. 김소월의 '산유화'처럼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다룬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지은이는 학교 시 수업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시어(詩語)에 밑줄을 치고 문법적인 요소를 외우거나 함축적인 의미를 분석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 전에 잠시라도 시를 읽고 혼자 감상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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