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미노타우로스의 미궁

요즘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영화 '괴물'과 더불어 일본에서는 '일본침몰'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괴물'이 3년여간의 준비과정과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은 특수효과, 감독과 연기자, 제작 스태프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최단시일 관객 1천만 명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면, '일본침몰'은 일본 열도가 재난에 의해 사라진다는 특이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철강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괴물이라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얼굴이 황소이고 몸은 사람인 미노타우로스 정도이지만 최근에는 영화 속 괴물 못지 않은 거대 철강회사의 출현으로 필자를 비롯한 세계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의 인수·합병(M&A) 흐름과 덩치 키우기 전략이 거세지는가 싶더니 올해 세계 1위 철강업체인 미탈스틸이 세계 2위사인 아르셀로를 인수합병해 연간 1억 2천만t의 철강 생산량을 자랑하는 거대한 철강회사가 탄생했다. 세계 4위인 포스코의 연간 철강 생산량이 3천여만t이니 거의 4배 규모의 크기를 자랑하는 그야말로 괴물(?) 철강사가 탄생한 것이다.

철강업계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통해 철광석 등 원료 확보의 우위를 점하게 되어 세계 철강업계에서의 발언권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글로벌기업으로 한걸음 더 내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기술 개발을 통한 고급강 확보 전략과 중국, 인도 등의 해외 진출을 통해 당당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각오와 배전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포스코는 10여 년이 넘는 연구 노력 끝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최첨단 제철 기술인 파이넥스 설비 기술을 개발해 2004년 8월 착공, 올해 12월 150만t의 설비를 준공할 예정이고 사전에 세계 철강업계의 트렌드를 파악, 글로벌 성장을 위해 인도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특히 세계 철강회사들의 무한경쟁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 투자비 1조 3천억 원을 들여 착공한 파이넥스 공법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철강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소결광과 코커스로 가공 처리하지 않고 가루 형태의 원료를 사용해서 직접 쇳물을 뽑아내는 것으로 오염 물질 발생량을 대폭 줄이고 원가 절감 효과도 탁월한 공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 포항은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과 불법 시위로 인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파이넥스 공사 현장이 공정률 80% 상태에서 멈춰 있다. 이로 인한 기회 손실비용만 하루 32억 원에 달하고 있으며 세계 철강업계와 학자 등 많은 관계자들이 "한국은 강성 노조로 인해 경제가 발목 잡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항 지역 건설노조의 불법 시위는 포항 지역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만드는가 하면 세계에서 그 유례가 없는 제3자이자 발주사인 포스코 본사 건물을 9일간 무단 점거하는 등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어 필자로서는 영화 '일본침몰'의 흥행에서와 같이 포항 경제, 나아가 한국 경제의 침몰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

파업 50일을 훌쩍 넘긴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은 세계 철강업계의 치열한 경제 전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포스코의 앞길을 막고 있는 셈이다.

일거리를 제공해 주는 주체인 발주사를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며 사회의 근간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사회구성원 모두의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창관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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