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책 실패하고 언론을 탓하는 정권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바다이야기 사태에 언론의 책임을 들고 나왔다. 그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전제하면서 국회와 言論(언론)의 동반 책임론을 제기했다. 설명인즉 언론이 사회 환경 감시 책무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도 "사전에 警告音(경고음)을 제대로 울리지 못한 대부분의 언론들도… 각자 역할을 했으면 시끄러울 일이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한마디로 소가 웃을 얘기다. 아무리 수세에 몰려도 그렇지 국정 실패에 언론의 책임을 갖다 붙이는 게 온전한 사고인가 싶다.

이들의 얘기는 사실 관계부터 틀려먹었다. 올해만 해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기 전 신문'방송은 성인오락실, 상품권, 성인PC방, 사행성 도박 문제를 번갈아 가며 줄기차게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2년 전에 '도박공화국'의 弊害(폐해)를 우려하는 경고음을 울려댔다. 문화부와 영상물등급위의 통화기록을 보면 "일부 언론이 사행성을 상품권 때문으로 몰고 가는데…"라며 언론의 문제 제기를 언급하고 있다. 그때는 귀 막고 눈감았다가 이제 와서 언론을 '국정 4輪(륜)'이니 하며 공동 책임 따위의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언론이 게을리한 측면이 있더라도 그건 언론 내부에서 제기할 문제다. 여당 원내대표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들 일은 아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전적으로 부실한 게임 산업 정책이 초래할 부작용을 예측 못한 정권이 책임질 일이다. 남을 탓하는 것은 낯두꺼운 짓이다. 그렇지만 국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국회가 관련 法規(법규)를 깐깐하게 심의했더라면 이런 사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에 지면 민심을 탓하고 정책이 실패하면 언론을 걸고넘어지는 건 이 정권의 속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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