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두 할머니의 아름다운 기부

장애인들을 위해,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이 큰 사랑을 베푸는 대구의 할머니들이 이기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 한 줄기 생수 같은 淸凉劑(청량제)가 되고 있다. 최근 폐지 수집 일을 하며 평생 아끼고 아껴 모은 돈 900만 원을 지체장애인을 위해 내놓은 두산동의 정성란(82) 할머니에 이어 이번엔 비산동에서 홀로 사는 이계순(73) 할머니가 10여 년간 모은 5천만 원을 가정 형편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내놓았다.

물론 큰돈은 아니다. 하지만 엄청난 거액이다. 두 할머니들은 성서의 유명한 '두 렙돈의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회당 헌금함에 부자들은 넉넉한 가운데서 얼마씩을 떼어 넣지만 한 가난한 과부는 두 렙돈을 넣었다. 하찮은 액수였지만 자신이 가진 전부였기에 '과부의 돈은 그 누구의 돈보다도 크고 귀한 돈'으로 칭송받았다.

폐지를 주워 팔아 하루 3~4천 원 벌며 평생 점심 때 수제비만 먹으면서도 그것조차 사치라고 여기는 정성란 할머니는 1천만 원을 채우고 싶었지만 高齡(고령)이라 내일을 알 수 없기에 900만 원밖에 내지 못했다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행상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이계순 할머니도 쪼개고 쪼개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으며, 80세까지 학생들을 돕다 이후엔 재산을 모두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民度(민도)가 높아질수록 가진자'지도층의 사회에 대한 도덕적 責務(책무) 의식도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입으로는 사회 정의를 외치면서 탈세와 불법 투기 등으로 재산 불리기를 일삼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부류는 무늬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뿐 실상은 오히려 그 對蹠點(대척점)에 있는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에 불과하다.

두 할머니는 사회로부터 혜택받지 못한 소외된 삶을 살아 왔다. 사회적 책임감을 그다지 의식할 필요가 없는 처지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 것을 기꺼이 나눔으로써 스스로 사회적 책무를 감당하려 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寄附(기부)가 利己(이기)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불씨가 돼 그 빛이 널리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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