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드라마 이어 CF에까지…'동성애 코드' 열풍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는 그동안 금기시 되어왔던 동성애 코드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교사와 학생의 사랑을 그린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를 비롯, '패왕별희' 등에 나타난 동성애 코드는 '왕의 남자' 성공 이후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CF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월·화 사극 '주몽'은 사용(배수빈 역)과 협보(임대호 역)의 미묘한 관계를 '동성애 코드'로 풀어 가고 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몸으로 태어나 사람들의 멸시를 받는 연타발 상단의 책사 사용은 협보가 상단 일꾼으로 일할 당시 노골적인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사용은 협보에게 "내가 너를 바라보는 눈길은 여자의 눈이다"라며 애정공세를 펼쳤다. 사용과 협보의 관계는 '주몽'에 색다른 재미를 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욱 유발시키고 있다.

지난달 18일 막을 내린 KBS2 미니시리즈 '미스터 굿바이'에서도 백인 남성과 결혼하려는 남동생과 남자 주인공 현서의 갈등이 등장, 관심을 모았다. 동성애가 드라마 초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뤘다는 사실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동성애 코드는 청소년 드라마에도 나타난다. EBS '비밀의 교정'은 성 정체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기와 동성애 코드를 접목한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비밀의 교정'은 남학생 승재의 미스테리한 죽음을 둘러싼 고교생들의 경쟁심리와 우정·사랑 등을 그리고 있다.

죽은 친구 승재를 잊지 못하는 남학생 기영(안용준 역)의 행동은 동성애와 관련된 또래 청소년들의 혼란스러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기영을 좋아하는 한 여학생이 "승재가 너에게 어떤 의미냐"고 묻자 기영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인지, 내 첫사랑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와함께 조인성이 등장하는 캔커피 광고에서도 동성애 코드가 엿보이며 모 제과회사 광고의 마지막 장면은 남자가 다른 남성에게 키스를 유도하며 코믹하게 끝을 맺고 있다. 동성애는 문학이나 영화·뮤직비디오 등 여러 장르에 등장하면서 예전에 비해 사람들에게 많이 익숙해진 소재가 되었다.

상당수 시청자들 역시 드라마 속 동성애를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동성애 소재를 다루었다는 사실보다는 동성애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하느냐에 더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한 셈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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