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어업이 몰락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유가 폭등 영향으로 수협을 통해 어민들에게 공급되는 선박 면세유가격이 10만 원대를 넘어서면서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과 어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고기값 하락에다 장기적인 어획부진 등과 맞물려 어선·어업 기반 자체를 붕괴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수협들이 지역어민 보호를 이유로 외지 선박들의 위판을 거부하는 등으로 업종간 분쟁까지 나타나고 있다.
◇면세유가 폭등으로 출어 포기 속출=울진군과 죽변·후포수협에 따르면 이달 어민들에게 공급되는 면세경유 가격은 200ℓ 1드럼당 10만9천720원. 어민들이 우려했던 마지노선인 10만 원을 돌파했다. 지난 연말 8만9천580원에 비해 22.5%나 오른 것. 2004년말엔 8만340원, 2003년말엔 6만3천260원 이었다. 10년 전인 1996년말 3만9천236원에 비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여기에다 최근 국제유가 불안으로 다음달에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 어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이같은 면세유가 인상은 결국 출어경비 가중으로 이어져 출어 포기를 불러와 어업 기반자체를 뿌리채 흔들고 있다.
울진 죽변수협 이영성 상임이사는"실제로 면세유가 조정 이후 600여 척의 울진 죽변·후포항 등 동해안 주요 항·포구에는 출어를 포기, 닻을 내린 어선들이 70~80%에 이르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기름값이 더 오르면 어업은 끝장"이라고 그 심각성을 전했다.
◇어가 하락으로 이중고=면세유가는 출어경비의 바로미터다. 일반적으로 전체 출어경비 중 기름값 비중이 60% 이상 차지하기 때문이다. 울진 죽변의 창은호 박근태(52) 선장에 따르면 30t급 오징어채낚기어선이 선원 3~4명을 태우고 동해 연안 10마일 해상에서 3박4일 조업할 경우 출어비는 500~600만 원 정도 소요된다. 이 중 300~400만 원이 기름값.
하지만 활어 한마리는 500~700원, 죽은 선어가 100원 미만으로 거래되는 등 고기값이 턱없이 싸게 형성되는 데다 어군형성이 제대로 안되면서 어획량마저 저조해 300~400만 원의 어획고를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출어해봤자 100~200만 원씩 빚을 지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같은 현상은 오징어 뿐만 아니라 유자망 어선들이 잡는 가자미와 문어 등 다른 업종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박 씨는"고기가 안잡히면 값이라도 올라야 하는 데 제자리는 커녕 되레 떨어지는 악순환조짐이 나타나, 조업을 나가는만큼 적자"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수협, 외지선박 위판 거부까지=사정이 이쯤되다보니 어민들간 분쟁도 끊이질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협의 외지선박 위판거부 사태다.
울진 죽변수협 등 동해안의 일부 수협들은 6월부터 포항 등 외지 대형 어선들로 구성된 동해구 기선저인망 수협 소속 선박들이 잡아온 고기의 위판을 거부하고 있다. 20t 이상의 대규모 배들이 다량 잡아온 고기들로 인해 5t 미만의 소규모 지역 어선들이 잡은 고기의 가격이 제대로 형성 안된다는 이유다. 또 조업형태상 바다 밑바닥까지 훑는 저인망 어선들로 인해 지역 어선들이 설치해놓은 자망이 훼손되는 등 어구손실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도 지역 어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어쨌든 외지 선박의 입항은 위판수수료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수협측은 내심 반길 일이지만 지역 어민들로 구성된 수협으로선 "외지 선박의 입항은 지역 선박의 어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어민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계속된 어민 항의에 수협측은 지역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외지 선박 위판 거부'를 선언했고, 이같은 움직임은 울진 후포수협과 강원도 강릉수협 등 동해안 모든 수협으로 확산됐다.
사태 확산에 기선저인망측은 난감하기만 하다. 수협들의 위판 거부는 곧 기선저인망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 가까운 항구로 들어가 위판을 못하는 만큼 잡은 생선들의 신선도가 떨어져 제값을 못받는 데다 원거리로 돌아가자니 기름값 등 추가 물류비용도 만만찮게 드는 것.
때문에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측에 수 차례 분쟁조정 신청도 해 봤지만 사태 진전 기미는 없는 상황이다.
저인망측이"해수부가 나서서 (수협이)위판을 거부할 경우 처벌한다는 규정을 신설, 강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협측은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어민들을 살리기 위해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가 보전 및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만이 살길이다=수산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면세유가 인하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어장환경 오염과 자원감소로 인해 연근해 어업이 뚜렷한 퇴보를 하고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기르는 어업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진군 조태석 수산담당은"종묘배양장 시설 사업을 통한 우량종묘의 생산기술 개발과 연안어장 방류 및 양식용 종묘의 안정적 공급 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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