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법, "은행의 고령자 한직 배치는 정당"

고령의 직원들을 은행 창구에서 빼 한직(閑職) 에 앉히고 업무를 맡기지 않는 시중은행들의 이른바 '후선(後線) 배치' 관행은 정당하다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회사 사정상 부득이한 측면을 인정한 이번 고법 판결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보직 발령을 내거나 '후선'에 배치하는 관행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건 1심 선고들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5부(김병운 부장판사)는 2001∼2003년 K은행에서 정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인력개발부 교수직'으로 발령받자 정년 또는 희망 퇴직한 이모 씨 등 전 직원 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전직무효확인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에 대한 전보·전직은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가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았고 대규모 인력감축 이후에도 인사적체 문제가 여전히 남아부득이 시행하게 된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인력구조 개선을 위해 정년에 가까운 직원을 후선배치할 수 밖에 없었던 업무상 필요성과 현재 피고가 시행하는 임금피크제(만55세를 기준으로 임금을 점진적으로 삭감하는 것)는 후선배치와 실질적 내용이 유사한데 이 경우도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시행되는 점에 비춰볼 때 후선배치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보 처분 전 협의가 없어 무효라는 원고측 주장도 재판부는 "후선배치는 종래 인사관행에 의해 계속 시행되던 것으로 원고들에게도 이미 예견돼 있었을 뿐 아니라업무상 필요성, 원고들 또한 (과거) 후선배치에 따른 이익을 누렸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전보발령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삭감된 임금 등의 지급에 관한 원고들의 금전지급 청구는 ' 이유없다'며 기각하고 전직무효확인 청구는 '원고들이 이미 퇴직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K은행은 2001∼2003년 정년(만 58세)이 임박한 만 55세를 '후선배치' 기준으로 적용해 해당 연령대의 직원 24명을 한직인 교수직으로 전보했으며 이들은 일정 기간근무하고 퇴직한 뒤 '회사 발령은 무효이다 '며 소송을 내 1심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한직에 발령한 것은 불공정하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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