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 고생스럽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늙어서는 낙이 있고, 또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해결해 나갈 힘이 되므로, 젊을 때 고생을 달게 받아들이라는 뜻일 터이다.
며칠 전 매일신문에는 서울시청에서 대구시청까지 4박5일 동안 자전거로 여행한 두 명 대학생의 '젊을 때 사서한 고생' 이야기가 실렸다. 8월 염천 아래 매일 8시간씩, 100km를 달리며 밤에는 트렘블린 위에 침낭을 깔고 잠을 청하는 고통은 상상이 가고 남는다. 요즘 신세대들에게서 보기 드문 생각이 대견스러우면서 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지금 환갑을 넘긴 분들은 우리나라 질곡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분들이다. 그 분들은 너나없이 고생을 사서 하지 않아도 젊은 시절 고생과 함께 했다. 우리는 그 분들의 덕에 오늘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시절은 많이 변했다. IMF를 지나며 실업자가 늘어나고 경기침체로 경제가 어렵다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좋은 시절을 살고 있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루어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젊은 사람 대부분이 대졸의 고학력자인지라 3D직종은 50대 이후나 외국노동자들 차지가 됐다.
근골격계 통증치료를 주로 치료로 하는 우리 병원 환자 중에 젊은 사람은 드물다. 간혹 젊은 환자가 오는 경우는 일시적 충격에 의한 통증으로 온다.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보니 얼핏 보기에도 몸이라는 '기계'가 많이 노후화됐구나 싶을 정도의 환자가 많다.
환자를 처음 마주하고 병력청취를 해보면, 노인 환자들의 입에서는 우리나라 고난의 과거가 술술 풀려나온다. 처음부터 몸이 약하게 태어나지 않은 다음에야 자기자랑의 무용담이다.
젊을 때는 쌀 한가마니는 들고 뛰었다는 등, 가난한 집에 시집가서 하루 너댓시간 등짝 붙이고 잠자 본 적이 없었다는 등, 아들 딸 여섯, 일곱 낳고 사흘 만에 들판에 김매러 나갔다는 등….
그러나 이런 이야기 들을 때면 슬며시 마음이 저려온다. 젊은 시절의 화려함은 이제 오간데 없이 상처뿐인 영광으로 온몸 관절마다 쑤시는 끝없는 통증으로 괴로워하니 말이다. 난 이런 나이 드신 환자들을 보면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조금 수정되었으면 한다. 마음가짐으로야 아무리 강조한들 모자라겠지마는 신체적으로 조금 생각해 볼 문제인 듯싶다.
연일 36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아래 위험을 무릎쓰고 페달을 밟아 서울, 대구 간을 달리면서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찬미한 젊은 기상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건강에 무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잠시 '젊어서 고생'을 되새김질 해본다.
서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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