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0년 역사 고모역, 추억 속으로…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 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흘러간 노래 '비 내리는 고모령'으로 널리 알려진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고모역(顧母驛)이 80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추억 속에 남게 됐다.

한국철도공사 대구지사는 2004년 7월 고모역의 여객 업무를 중단한 데 이어 지난 4일부터 화물 취급업무를 중단했다.

경부선 동대구역에서 부산 방향으로 약 5.1km 떨어진 고모역은 1925년에 처음 들어선 이후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던 곳이었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 역은 인근 칠성시장이나 번개시장으로 가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했지만 차츰 승객이 뜸해지면서 화물차만 머무는 간이역으로 바뀐 뒤 이제는 화물업무마저 인근 경산역에 내주고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고모역이 자리한 고개 고모령은 오누이가 서로 싸우는 모습에 낙담한 한 어머니가 집을 떠나 고개를 넘어가면서 남매가 있는 곳을 뒤돌아 봤다는 전설에서 유래, '돌아볼 고(顧)'자와 '어미 모(母)'자의 이름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고개를 소재로 박시춘이 작곡하고 가수 현인이 부른 대중가요 '비 내리는 고모령'은 고향을 등지고 타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슬픔을 담아 1940년대 이후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서민들의 애환속에 오랫동안 애창돼 왔다.

또 지난 해에는 박해수 시인이 '고모역에 가면 옛날 어머니 눈물이 모여 산다'로 시작하는 시비(詩碑)를 이 곳에 세우기도 했다.

한편 철도공사 대구지사는 고모역 외에도 농촌 지역의 작은 역인 봉정역, 아화역, 모량역 등 3개 역을 지난 해에 폐지했다.

철도공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오래도록 자리를 지킨 역들이지만 이용객이 거의 없어 역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며 "그러나 건물은 그대로 두되 카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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