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최재목 作 '내 기억 속의 작은 연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내 기억 속의 작은 연필

최재목

나는, 내가 만지작거리던

작은 연필을 기억한다

깎아 놓으면 작아지고 작아지면서 자꾸 줄어들던

이제 그런 애닯던 이유들이

볼펜 속에는 없다

손 주변으로 나무 파편 쌓이고

끝이 뾰족한 연필이 밤새 데려와 놀던

노트 네모난 칸 속의 푸른 달빛을 기억한다

달빛 속에 기억된 흑연, 그 까마득한 하늘과

더불어 숨쉬던 꾸부렁 글씨 몇 자,

초목성(草木性)으로 잠들던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떨어지는

연필의 작고 아름다운 실망을

손바닥에 주워 올려 꼭꼭 쥐곤 하던

그런 쓰잘 데 없는 매만짐이

내게는 지금 어떤 명분으로 살아남아 있을까

푸른 기억 속의 작은 연필 하나로

옛 것 중, 연필을 떠올린다. 그 '연필'은 우리의 유년과 같이 한다. 연필은 '깎아 놓으면 작아지고 작아지면서 자꾸 줄어'든다. 아끼면 아낄수록 줄어드는 '연필'이 우리를 애달프게 했던 것이다. 또 연필을 깎을 때 '손 주변으로 나무 파편 쌓이'고 뾰족하게 드러내던 '흑연'의 상큼한 향기와 검은 빛깔, 그 '草木性(초목성)'이 얼마나 어린 가슴을 설레게 했던가.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잠깐의 실수로 떨어질 때 그 아찔함이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놀라게 한다.

'연필'의 사라짐에 대한 애달픔은 순수한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일 것이다.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장 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유통 3사가 대구경북 지역에 대형 아울렛 매장을 잇따라 개장할 예정으로, 롯데쇼핑의 '타임빌라스 수성점'이 2027년,...
대구 지역 대학들이 정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에 따라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