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의 작은 연필
최재목
나는, 내가 만지작거리던
작은 연필을 기억한다
깎아 놓으면 작아지고 작아지면서 자꾸 줄어들던
이제 그런 애닯던 이유들이
볼펜 속에는 없다
손 주변으로 나무 파편 쌓이고
끝이 뾰족한 연필이 밤새 데려와 놀던
노트 네모난 칸 속의 푸른 달빛을 기억한다
달빛 속에 기억된 흑연, 그 까마득한 하늘과
더불어 숨쉬던 꾸부렁 글씨 몇 자,
초목성(草木性)으로 잠들던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떨어지는
연필의 작고 아름다운 실망을
손바닥에 주워 올려 꼭꼭 쥐곤 하던
그런 쓰잘 데 없는 매만짐이
내게는 지금 어떤 명분으로 살아남아 있을까
푸른 기억 속의 작은 연필 하나로
옛 것 중, 연필을 떠올린다. 그 '연필'은 우리의 유년과 같이 한다. 연필은 '깎아 놓으면 작아지고 작아지면서 자꾸 줄어'든다. 아끼면 아낄수록 줄어드는 '연필'이 우리를 애달프게 했던 것이다. 또 연필을 깎을 때 '손 주변으로 나무 파편 쌓이'고 뾰족하게 드러내던 '흑연'의 상큼한 향기와 검은 빛깔, 그 '草木性(초목성)'이 얼마나 어린 가슴을 설레게 했던가.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잠깐의 실수로 떨어질 때 그 아찔함이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놀라게 한다.
'연필'의 사라짐에 대한 애달픔은 순수한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일 것이다.
구석본(시인)





























댓글 많은 뉴스
'최고가격제'에도 "정신 못차렸네"…가격올린 주유소 200여곳
대구 취수원 이전 '실증 단계' 돌입…강변여과수·복류수 검증 본격화
경북 서남부권 소아·응급·분만 의료 인프라 확충
1시간에 400명 몰렸다… 고물가 시대 대학가 '천원의 아침밥' 인기
대구시, 11월까지 성매매 우려업종 점검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