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의 '부산 사랑(?)'…국립과학관 두동강 날 판

부산시가 뒤늦게 국립과학관 유치전에 나섰고, 정부 분위기도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남권 국립과학관으로 사실상 확정된 대구 국립과학관 건립이 두동강날 처지에 놓였다.

▷과학기술부 국립부산과학관 건립안 ▷늦추어진 예비타당성 조사시기와 예산 배정 ▷정부의 부산 밀어주기 등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 지역 차원의 즉각적인 '한목소리' 대응이 절실하다.

◆불안한 징후=과학기술부가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에게 제출한 '국립부산과학관 건립안'에 따르면 "한국의 과학관은 선진국의 8분의 1수준으로 국력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과학기술 문화 확산 및 기초 인프라 구성 등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해서는 광역시·도별 지역산업을 특성화할 수 있는 중규모 이상의 국립과학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같은 주장은 뒤늦게 국립과학관 건립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시행될 부산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대구와 광주 이외의 지역에도 2천억 원 이하 중규모 과학관 건립 필요성을 정부 스스로 시인한 대목이다.

◆사업 시기는?=한나라당 서상기(비례대표) 의원은 13일 "부산시가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희망하고 이를 곧바로 과학기술부가 수용한 것은 예산 배정에 있어 부산시를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구과학관 사업 예산은 내년에 책정해 2년 후에나 기초연구비 정도가 나온다. 부산과학관 사업이 후발로 추진되지만 내년 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경우 대구과학관과 같은 시기에 기초연구비를 배정받게 된다. 이럴 경우 후발사업이라도 부산과학관은 대구과학관 사업과 별다른 차별 없이 후속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국립부산과학관 건립시 대구 및 광주과학관 건립 예산에 대한 영향을 묻는 한나라당 강 대표의 질문에 "내년 이후 사업이 시작되는 1차년도에는 영향이 없지만 2차년도부터는 정부 재정운영계획 측면에서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당초 8월로 예정된 대구과학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10월로 미룬 점도 미심쩍은 부분.

서 의원은 오는 10월 초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부각한다는 계획이지만 정확한 예타 결과가 나와야 정부를 상대로 꼼꼼한 질문을 펼 수 있어 현재로선 한계에 부딪친 상태. 정부가 과학관 건립 1순위 적지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공격적인 질의만 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는 예타조사 결과발표를 미뤄 국감동안 집중 포화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예산배정도 역전되나?=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김태환(구미을) 의원은 대구·부산과학관 건립이 공동으로 추진될 경우 예산 배정에 있어 역전현상도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립과학관 건립 사업은 매칭펀드로 지자체도 일정 부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럴 경우 재정자립도 및 예산확보능력이 우월한 부산시가 대구보다 중앙의 예산 확보에서 더 수월해진다.

정부가 지방예산 확보 정도를 예산배정 기준으로 삼을 경우 대구시는 '적지 선정 1위' '선발주자'였던 비교우위성은 사라지고, 부산보다 되레 적은 예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부산 사랑(?)=서 의원은 후발주자가 뒤늦게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것은 정부와 사전협의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후발주자인데다 지난 3월 이미 적지 선정에서 탈락된 부산시가 회생한 이유는 청와대, 정부, 관계자들의 물밑 작업이 이미 완료됐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 의원은 김우식 과기부총리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이고 부산과학관 건립에 올인하고 있는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과 연세대 동문으로 가까운 사이임을 주목했다.

부산 정치권과 정권 실세가 정부를 설득시켜 예타조사 신청을 가능케 했고 조사 결과 등 나머지 사업 추진 부문에 대해서도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부산시를 비롯해 지역 유력신문 사장단과 김 의원 등 부산 지역 정·관·언이 공동으로 나서 정부에 대한 로비와 압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 100만 명 서명을 받아 과학기술부와 기획예산처에 제출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산시의 주장은 한 지역에 도서관 있다고 다른 지역에 못 짓는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라서 예비타당성 신청을 막는 것까지는 무리가 있다."며 "예타조사가 좋게 나올 경우 (대구, 부산에 공동으로 과학관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국립부산과학관 건립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상전.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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