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인공 성형수술'에 앞산 생태계 '엉망'

대구 달서구 송현동 앞산자락. 개울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콘크리트가 뒤덮여 있다. 너비 15m에 이르는 사방댐이 산자락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

30년째 송현동에 산다는 김정숙(53) 씨는 "바위 틈을 따라 졸졸 흐르던 개울물 소리가 그립다."며 "산에다가 콘크리트 시설물을 설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대구 앞산에 '인공 성형수술'이 거듭 가해지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사방댐, 흙막이보 등 계곡마다 콘크리트 시설물이 들어서고 있는 것. 올해도 다음 달 수성구 용두골 등산로에 흙막이보 2곳이 신설될 예정이다.

무분별하게 늘어난 등산로 등 앞산의 자연환경 파괴가 토사유출을 부르고, 행정기관은 이를 방지한다며 새로운 인공 시설물을 끊임없이 설치, '난개발이 난개발을 부르는' 악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

환경전문가들은 "자연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부작용만 양산, 점점 손댈 부분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앞산에 놓인 인공 시설물은 8곳. 사방댐(너비 12~15m, 길이 15~33m)이 4곳(청소년수련원 뒤, 안지랑골, 달비골, 매자골), 흙막이보(너비 8m, 길이 2.5m)가 4곳(큰골, 고산골 각 2개)이다.

대구시는 앞산에 인공시설물을 만드는 공사를 앞으로 계속하겠다는 입장. 비만 오면 토사가 휩쓸려 내려와 달서구와 남구, 수성구 등 앞산 아랫동네 하수구를 막아 더이상 놔둘 수 없다는 것.

대구시는 등산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나무가 줄었고, 결국 나무에 붙어있던 흙과 자갈이 끊임없이 유실돼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토사 유출량이 엄청나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은 인공적인 수습책마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사방댐 등의 인위적 시설물 설치로 어느 정도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겠지만 계곡을 막아버리게 돼 근본적으로는 앞산 생태계를 망치게 된다."면서 "사람 때문에 생긴 문제를 또다시 사람이 손을 대 대응책을 만든다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전영권 교수는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산사태 방지시설물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정작 태풍때 유실된 곳은 인공 시설들이었다."고 전제한 뒤 "몇 십 년에 한 번 오는 초대형 태풍피해에 대비하려 사방댐을 설치, 산을 망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한 "등산로 난립이 근원적인 문제"라며 "등산로 난립이 토양유실로 이어져 산사태가 발생한 것인만큼 등산로수를 축소·재조정한 뒤 차후에 사방댐이나 흙막이보 공사를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계명대 토목공학과 배상근 교수는 "사방댐의 경우, 홍수유출량을 줄여 계곡 하류부에 위치한 시가지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올해 집중호우 때 나무가 울창한 곳인데도 강원도 지역에는 산사태가 발생했다."며 "큰 자연재해에 대비해 방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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