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혁한다더니 결국 '미봉책'이냐

국회 보건복지위 여당 의원들이 내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개혁'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개정안의 핵심은 걷는 돈(보험료율 9%)은 그대로 두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에 대한 연급 지급 비율)은 2008년 이후 가입자부터 종전 60%에서 50%로 낮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案(안)은 국민연금 개혁의 취지를 제대로 못 살렸다. 당초 개혁의 필요성은 급속한 고령화로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머지않아 붕괴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미래의 노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부채가 하루 800억 원, 1년에 30조 원씩 쌓이고 있어 2047년경엔 고갈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개혁을 서둘렀고, 연금 파탄의 비상 사태를 막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좀 더 내고 좀 덜 받는 것을 감내하겠다는 거다. 물론 이번 개정안도 모두가 꺼리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기존 정부안의 보험료율 15.9%에서 크게 후퇴, 현행 9%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연금 고갈 시기를 기껏 5년 정도 늦출 뿐이다. 국민이 당장 피부로 느낄 만한 보험료 인상은 회피하되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연금 수령액은 낮춰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자세 아닌가. 당장 내년 선거를 의식한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60%에게 월 7만~10만 원씩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제는 고령화 사회가 갖춰야 할 복지대책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당장 내년에만도 2조 7천400억 원이 소요될 판에 당국은 구체적인 財源(재원) 마련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정 안정화와 사각지대 해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 당국의 고충이 크겠지만 국민 복지 대계를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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