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탁신 泰 총리, 향후 운명은?

軍 지도부, '부정축재' 혐의 처벌 시사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된 탁신 치나왓(57) 태국 총리의 향후 운명은 어떻게 될까? 첫째는 망명객 신분으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국을 전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을 완전 장악한 쿠데타 지도부가 탁신 총리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운운하면서 총리의 귀국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쿠데타 주역인 손티 분야랏글린 육군 총사령관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탁신은 재임기간 저지른 부정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부정축재로 모은 재산은 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군부는 이미 이날 새벽 방콕과 탁신 총리의 고향인 치앙마이에 있는 탁신 총리 저택 2곳을 접수한 상태다. 포트자만 총리부인은 쿠데타 소식이 전해진 뒤 19일 밤 싱가포르로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탁신 총리는 쉽게 귀국을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 귀국을 감행할 경우 군부에 의해 체포될 가능성은 자명한데다 쿠데타가 외견상 성공한 마당에 지지세력이 자신을 보호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국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탁신 총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이었다. 탁신 총리는 쿠데타가 일어나자 19일 밤 유엔총회 연설 계획을 취소했으며 뉴욕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억만장자인 탁신 총리는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전용기를 갖고 있으며 딸이 유학 가있는 런던에 개인 주택이 있다.

둘째는 망명정부 총리로 남아 다시 권좌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억만장자인 탁신 총리의 상당한 재산이 싱가포르에 숨겨져 있다는 설이 태국에서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탁신 총리는 이를 기반으로 망명정부를 구성, 재집권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EO 총리'로 불리는 탁신은 독선적인 국정운영 스타일과 부정축재 혐의로 지식층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지만 노동자, 농민 등 하층민 사이에 의외로 두터운 지지층을 갖고 있다.

1998년 '타이 락 타이(TRT)'를 창당, 2001년 총리에 취임한 그는 의료비 감면과 부채 탕감 정책 등으로 농촌 지역과 빈민층을 사로잡았다. 그가 집권한 후 태국 경제는 고속 성장하며 1990년대 말 아시아를 강타한 IMF 위기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가 이슬람 분리주의자의 소요사태 등으로 숱한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농민과 빈민층의 절대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이 같은 지지층을 바탕으로 권좌 재복귀를 위해 망명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셋째는 탁신 총리가 스스로 고국으로 돌아와 모든 권력과 재산을 내놓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가능성이다.

군부 일각에서는 탁신 총리가 스스로 사임하고 재산을 헌납하면 군부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군부가 지지층이 만만치 않은 탁신의 고국행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탁신 총리의 향후 운명은 망명객과 망명정부 수반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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