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인들 '품질 명성' 잃을까 불안감

'품질 제일주의' 일본의 명성이 예전같지 않다.

최근 두 달간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결함이 있는 자사 제품을 대규모로 줄줄이 리콜하자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소니는 지난달 590만 개의 배터리를 대량 리콜한 데 이어 이번주에는 도시바가 소니가 제조한 랩탑용 배터리 34만 개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경제산업상이 소니 경영진에 품질 향상을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을 정도다. 정부 관료가 기업에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또 최근 몇년간 리콜이 급증하면서 품질 신화에 직격탄을 맞은 도요타는 품질 향상을 위해 8천 명의 기술자를 추가로 고용할 방침이다. 이러한 일본 기업들의 잇따른 리콜 조치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던 일본 국민들이 자부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한국과 중국에 대해 우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본 국민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리콜 조치가 늘상 있는 일이어서 대부분 리콜이 실시됐는지 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지만 제품 품질이 곧 국가의 정체성인 일본에서는 리콜 조치가 국가적인 위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도쿄 인근의 공업도시 가와사키(川崎)의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는 이시노 히데오(44) 씨는 "(장인의) 솜씨야말로 일본이 세계에 보여줘야 하는 진면목"이라며 "한국인들이 지금 우리를 비웃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일본 언론들도 소니와 도요타의 품질 문제를 이라크전이나 레바논전 보다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은 이달부터 "일본은 품질을 지킬 수 있나"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1면에 내보내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감은 일본의 학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학생들의 높은 학구열을 자랑했던 일본은 최근 학력저하 현상으로 고민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일본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한국, 싱가포르, 핀란드보다 낮게 나오자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사와 다가미츠 경제학 교수는 "도요타와 소니는 일본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환기시켜 주고 있다."면서 "일본은 선진국으로 나아가면서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 많은 일본인들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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