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일간 계속된 포항건설노조의 강경 파업이 지역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조합원의 권익향상에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23일 새로운 노동운동 단체인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이 출범하는 등 노동운동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를 운명공동체로 인식하는 노조활동이 눈에 띄고 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22일 밤 대구월드컵경기장 수변공원에서 대구경북 소년소녀가장돕기 사랑나눔 작은음악회를 개최한다. 2003년 '사랑의 호프데이'를 열어 결식아동돕기를 한 이래 3년 만에 처음이자, 노조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외부행사다. 대구은행 노조는 이날 조합원들의 급여에서 출연해 마련한 1억 원을 대구경북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노조의 이 같은 변신은 지역 금융시장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무차별적인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올해 7월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4기 출범을 맞아 공공금고의 유치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면서 생존기반 마련을 위해 노조도 사회적 책무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의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종하 노조위원장은 이번 행사와 관련,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경제논리로 인해 그동안 지역은행으로서 누렸던 조그마한 혜택마저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노조를 포함한 대구은행 구성원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을 때 지역민 또한 우리(대구은행)를 외면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구은행과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키는 일에 은행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 대구은행은 지난해 단기순이익의 5.59%에 이르는 79억 원을 지역사회공헌사업에 사용했다.
지역 노조활동의 변화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때 강성노조의 대명사였던 대구텍 노조는 지난 7월 24일 조합원 81.47%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산별금속노조 탈퇴를 선언했고, LG전자 DB사업본부 노조는 '2006년 아름다운 토요일 행사'를 통해 5천여 점의 기증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불우이웃돕기에 나서 기업 이미지를 높였다. 대구시설관리공단 노조의 경우는 매주 무료 급식봉사 활동에 참가해 공공노조로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은행 최종하 노조위원장은 "22일 행사를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며 "노조의 새로운 역할을 통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키고 복지를 향상시키는 노조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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