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지난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예방을 받고, "역사는 현실화할 수 없고 학술적인 문제를 정치문제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동북공정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자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제6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과 헬싱키 회담을 갖고 "(사회과학원에) 이 문제를 잘 다루라고 했다.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말한 뒤 나온 중국 최고위층의 동북공정 관련 발언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날 예방에 김한규(金漢圭·66) 21세기한중교류협회 회장이 배석했다. 김 전 의장의 자 주석 예방은 한중교류협회 특별고문 자격으로 이뤄졌다. 김 전 의장은 예방 직후 "김 회장이 중국통인 줄은 알았지만 이처럼 나름의 인맥을 갖고 국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김 회장이 실질적인 대한민국의 중국 대사다."라고 추켜세웠다.
김 회장도 "이번 중국 방문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동북공정 문제가 터지자 정부와 정치권은 국내 논란에 골몰했지 중국 정부에 우리의 뜻을 전달하는 등 외교 노력은 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한중교류협회가 그 일을 한 데 대한 만족감의 표현일 게다.
김 회장은 중국 각 성과 단체의 초청으로 매년 15차례가량 중국에 드나든다. 지난 16년여간 250여 차례 중국 각지를 다녀왔다.
이러한 중국 방문에 동행한 사람들은 중국 측의 김 회장에 대한 극진한 대접에 모두 놀란다. 공항에 도착하면 중국 공안의 경호는 물론이고 최고급 호텔 숙식비 등 체제비를 모두 중국 측이 부담한다. 귀빈 대우이다. 김 회장과 함께 중국에 갔던 장영철 전 노동부 장관은 김 회장에게 "당신의 국회의원 시절은 물론이고 장관 시절에도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중국에 가보고 새삼 존경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김 회장과 중국의 인연은 지난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북경 아시안게임이 열린 그해 김 회장은 한국 정부의 아시안게임 지원단장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사정이 어려웠던 중국은 우리 정부에 승용차와 복사기 수백 대 지원을 요청했고, 김 회장이 이를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중국 측은 김 회장을 은인으로 여겼고,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없다.
한중교류협회가 태동한 것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제안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2000년 ASEM 참석차 서울에 온 주 전 총리가 김 회장을 만나 양국의 교류협력 및 우의증진을 위해 민간 통로를 만들어보라고 권한 것. 중국의 파트너는 외교관 출신 공무원으로 구성된 인민외교학회가 됐다. 인민외교학회는 중국의 제2외교부로 불리며 128개국과 교류하고 있는 영향력 큰 단체다.
한중교류협회의 회원 자격은 퇴직한 차관급부터 총리까지 관료, 국회의원, 대학 부총장급 이상, 군 장성급 이상, 30대 재벌그룹에 주어진다. 박세직 재향군인회 회장, 고건 전 총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이수성 전 총리,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정근모 명지대 총장, 이승훈 대불대 총장, 변정환 대구한의대 총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수창 삼성생명 부회장과 AK(애경)그룹이 멤버다.
한중교류협회와 중국 인민외교학회는 6년간 한중지도자포럼을 5차례 개최했고, 한중여성지도포럼을 3차례 가졌다. 10월 16일 한국에서 열리는 6차 한중지도자포럼에 중국 측은 부총리급을 단장으로 2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의 의제는 동북공정 등 동북아문제, 새마을운동과 중국 신농촌운동, 지방정부 교류협력 강화 등 이다.
한국 최고의 중국통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김 회장은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해 다소 우려한다. 2010년 정도면 양국 교역량이 2천억 달러를 돌파해 통상 마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동북공정, 탈북자, 북핵 등 각종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정부가 전문팀을 만들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중 의원교류와 정당교류의 활성화도 주문했다. "내년이면 한중 의원교류 15주년입니다. 지지부진한 의원 및 정당 간 교류협력을 강화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모색해야 합니다."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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