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영황 인권위원장 돌연 사의…왜?

조영황(65)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임기가 채 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한 데는 내부갈등과 업무스트레스, 건강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내부갈등 = 작년 4월 취임한 조 위원장은 1년이 넘도록 인권위원들과 교류가 드물었으며 인권위원들은 인권위의 예산·인사 등과 관련한 업무에서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일방적으로 집행권을 행사하는 데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 위원장이 전원위원회 진행시 뚜렷한 주관이 없어 위원들 사이에 '안일하다'는 의견이 형성된 가운데 회의진행이나 인권위 운영 과정에서 의견충돌까지 빚어 위원장이 인권위를 통솔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북구 아카데미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한 '인권위원의 역할 비공개 워크숍'에서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8명이 조 위원장에게 인사문제 등 업무운영 방식에 대해 질문하자 위원장이 "나를 성토하는 것이냐"며 갑자기 자리를 뜬 것도 내부갈등의 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해준다.

◇ 과중한 업무 = 인권위 내부에서는 조 위원장이 그동안 사회 각계 각층에서 쏟아진 진정과 인권위 점거농성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왔으며 최근 주요 사건이 집중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KTX 승무원 고용차별건과 북한주민 구명건,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씨 사망건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몰리면서 다른 정부기관에 권고를 내리면 "인권위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반발하고, 진정인의 주장을 각하 또는 기각하면 시민단체들이 "인권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비난해 조 위원장이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 건강 악화 = 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홍보실을 통해 "고혈압 등 지병으로 인해 인권위 업무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더 이상의 이유는 없다."고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의 가족들은 이날 뉴스를 통해 사의표명 소식을 알게 됐고 정확한 사퇴원인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 점은 조 위원장의 사의표명이 가족조차도 사전에 낌새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인권위 한동안 업무 차질 = 지난해 3월 최영도 전 위원장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취임한 지 불과 두 달 보름여 만에 사퇴한 데 이어 조 위원장마저 임기 중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인권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하락하고 인권위 업무도 상당 기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영애 상임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시작했지만 조 위원장 사표 처리여부가 현재로선 불투명하고 사표가 처리된다 해도 다음달 국정감사 전까지 후임 위원장이 임명될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 그동안 인권위가 추진해온 북한인권문제 입장 발표 등도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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