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모 씨. 친지들의 자금까지 끌어들여 오락실을 차린 지 불과 2개월만에 단속에 걸렸던 그는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고 가족의 생계 유지 어려움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으나 영장이 청구됐다. 이후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판사의 판단에 따라 풀려났다. 영장실질심사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쇠고랑을 찰 신세가 될 뻔 했던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업은 거덜나도 구속을 면한게 어디냐는 주위의 위로를 받고 재기를 다짐 중이다.
범죄 피의자에게 초기 단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은 인신의 구속이다. 우리나라에선 구속이 처벌의 수단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에 구속 여부가 당사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요즘 들어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건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 법원의 영장발부율도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들은 법관의 결정에 따라 생사 여탈이 좌우된다는 심정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주목하게 된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한다. 구속영장 청구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법관이 따져서 구속 여부를 결정하자는 취지.
영장실질심사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뉜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구금된 상태에서는 경찰관 호송 하에 포승에 묶여서 법정에 출석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정된 시간에 법정에 출석해 심사를 받는다.
지난 4월부터 모든 구속영장 청구 피의자들에게는 의무적으로 국선변호사를 지정해주고 있다. 변호사 도움을 받아서 제대로 판사와 검사의 질문에 대응하라는 취지. 이 때문에 실질심사 시간이 상당히 길어졌다. 일부는 곧바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기도 한다.
대구지방법원에서는 13호 법정이 전담 법정. 강승준 부장판사와 이양수 판사가 심문을 담당한다. 통상 법원은 영장전담판사의 출신 지역을 다르게 해서 발령낸다.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유착관계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의도이다. 실질심사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하루 보통 20~30건 정도의 실질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속 여부는 당일 오후 늦게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경우 한 피의자당 10분 정도가 걸리지만 사건이 복잡하거나 사회적 주목을 받는 사건은 한 시간 이상씩 걸리기도 한다. 법조비리에 연루된 모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실질심사는 2시간 가량 진행되기도 했다.
심문이 끝나면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피의자는 해당 경찰서 및 검찰 유치장으로 돌아가 대기하고 미체포영장 발부 피의자는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해서 일단 체포한 뒤 영장이 발부되면 바로 유치장에 수감된다.
영장실질심사와 비슷한 구제책으로 구속적부심이 있다. 전자가 영장청구의 적정 여부를 따지는 것이라면 후자는 영장발부의 적정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형사합의부의 심사를 거친다.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이 내려지면 보석과 같이 보증금을 내고 풀려난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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