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밭두렁에도 명당이 있다/ 김두규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왕과 왕족의 무덤을 둘러싼 미스터리', '역사적 위인에 얽힌 풍수설',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는 신비로운 땅 이야기', '하늘의 천기는 어느 산기슭에?',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풍수'….
800여 회의 답사기록을 가졌다는 '발품풍수', 이 시대 최고의 현장 풍수가로 통하는 김두규 교수(우석대)가 61개의 재미있고 기이한 풍수 이야기를 묶어 '논두렁 밭두렁에도 명당이 있다'란 책을 펴냈다.
독문학·사회학·중국학 등을 두루 전공했고, '청오경'·'금낭경'·'명산론' 등 풍수학의 4대 고전을 완역했으며, 최근에는 풍수학 용어를 집대성한 '한반도 풍수학 사전'을 펴내는 등 풍수를 하나의 학문으로 체계화하는 일에 앞장서 온 저자가 전하는 땅의 울림들이다.
이 책의 표제에서 보듯이 풍수에서는 이렇듯 작은 두렁 하나도 땅 기운이 흐르는 통로로 본다. 인간이 이처럼 땅을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본다면, 논두렁 밭두렁 그 어느 것 하나도 함부로 자르거나 파헤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대지관을 품었기에 풍수가 난개발을 방지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름다운 땅을 찾아내어 이름을 붙여 주고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 이 또한 풍수의 기능이다.
풍수는 입지 선정뿐만 아니라 공간 배치를 함께 다루는 건축의 종합양식이다. 중심 건물이 들어서야 할 곳과 그곳으로 통하는 간선도로를 정하고 나면, 주변으로 들어설 건물과 지선도로들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부족한 점이 있으면 '비보진압 풍수'를 한다. 부족하거나 지나친 것을 보충하거나 눌러 주는 것으로, 물이 부족한 지역에 연못을 파거나, 골바람이 부는 곳에 나무를 심거나, 잘못된 물길을 돌리는 등의 풍수행위를 의미한다. 단순한 미신 행위가 아니라 정교한 과학적 논리가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풍수는 환경이다. 옛 풍수의 지혜를 빌려 주산과 산의 흐름, 물길의 방향,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 도시를 건설하거나 집을 짓는다면 그 자체가 환경친화적 건설에 해당된다. 풍수는 미신이나 잡술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하나의 조화이다.
풍수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 속에 깊이 개입돼 있다. 마을의 터를 잡을 때, 성당의 위치를 잡을 때, 집의 방향을 잡을 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풍수를 적용한다. 하지만 풍수는 산 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죽은 자, 산 자 모두가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게 풍수인 것이다.
풍수에서 땅을 볼 때는 우선 특정한 지점의 산과 물을 세분하여 미시적으로 살핀 다음, 해당 부분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지의 여부를 거시적으로 살핀다. 거시적으로 땅을 살피는 것을 '물형론' 혹은 '형국론'이라고 한다.
물형론은 땅에 대한 인간의 미학적 인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인간의 심미(審美) 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땅의 특성을 파악하여 적절한 쓰임을 찾아주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환경 재앙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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