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아암 어린이돕기 사진전' 여는 사진작가 유병국

카메라 앵글에 담은 사랑의 빛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김혜연(가명·7·여) 양. 29일 혜연이가 누워있는 영남대의료원 소아병동을 찾았을 때 혜연이의 모습은 애처로웠다. 바싹 마른 몸에 턱선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부어 있는 얼굴. 게다가 지난 7월 골수이식 후 재생능력이 떨어지면서 찾아온 피부염 탓에 침대에 엎드린 채 극심한 가려움증을 참아내고 있었다.

웃을 일이라곤 없던 혜연이에게도 최근 반가운 이가 생겼다. 이 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는 유병국(48·대구 남구 이천동) 씨가 주인공.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유 씨는 지난 8월 3년 동안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며 찍었던 풍경 사진을 모아 혜연이를 위한 '소아암 어린이 돕기 사진전'을 열고 성금을 모았다.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져 사진 찍기를 싫어했던 혜연이도 유 씨의 밝은 성격을 조금씩 닮아갔다. 유 씨의 익살과 재치 덕분에 혜연이는 유 씨가 들이미는 카메라 앞에서도 웃음을 보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혜연이 어머니 박정자(가명·35·대구 수성구 중동) 씨는 유 씨의 도움이 눈물나게 고맙다.

지난 해 10월 간암으로 홀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소년소녀 가장 최영지(가명·19·경북 포항 남구) 양에게도 유 씨는 삶의 버팀목. 백혈병에 걸려 신음하는 동생 영훈(가명·15)이는 1알에 2만 5천 원이나 하는 항암제를 하루에 5알씩 먹어야 했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인 형편에 너무나 부담스런 일이었다. 이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유 씨였던 것. 유 씨는 혜연이와 함께 영훈이도 사진전을 통해 돕기로 했다.

유 씨가 소아암 환자를 도와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에도 아이들을 돕기 위해 사진전을 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성금은 생각처럼 잘 모이지 않았다.

이후 유 씨는 사진전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휴가를 내고 주말을 반납하기를 3년. 좀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해 2003년 대학원에 진학, 올해 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국 각지의 풍물과 중국·몽골 등지의 비경을 찾아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덕분에 혜연이와 영훈이를 위한 두 차례 사진전에선 남부럽지 않은 사진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제까지 모인 성금은 400여만 원. 목표액인 1천만 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하지만 유 씨는 실망하지 않는다. 아직 기회는 더 있기 때문이며 진심은 결국 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16일 대구 달서구청에서 세 번 째 사진전을 엽니다. 11월엔 대구시청에서도 열 계획이고요. 아이들과 약속했던 목표액은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사진 45점을 직접 보시는 분들은 반드시 마음을 여시리라 믿으니까요."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혜연이와 영훈이를 위해 성금을 보내주실 분은 '대구은행 084-13-042148(예금주: 새싹 희망)' 계좌로 송금을 하시면 됩니다. 유병국 씨의 사진은 www.yelphoto.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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