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왜 삼발이어야 하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삼발(三足)은 최소한의 균형적인 안정의 기저이다.

삼각형의 세 점을 꼭지점이라 하며 이는 또한 트라이앵글(triangle)이라고도 한다. 물건의 받침에서 보듯 두개의 받침보다 세 개의 받침이 훨씬 안정감 있다. 솥의 삼발은 안정감을 더해 줄뿐 아니라 조리할 때 무게 또한 쉽게 감당해 낸다. 개발 논리에 있어서도 안정감 즉 지역개발의 밸런스를 맞춰야 개발의 생명력을 더한다.

현재 포항·경주를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과 경산·김천·구미를 비롯한 서부지역에 L자형 산업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L자형 벨트는 아무리 튼튼하게 놓아도 불안하고 시간이 지나 한 쪽이 너무 비대해지면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에 안동을 비롯한 북부지역 11개 시·군에 발전의 받침을 하나더 더해 보자. L자형은 삼각형으로 변하고 불안 요소는 균형감을 더해 줄 것이다. 따라서 경북도가 동, 서, 북쪽의 삼발론(三足論)의 개발 논리에 의거, 균형 발전을 이룰 때에야 웅도 경북의 발전은 이뤄질 것이다. 물론 이는 대구·경북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지난 5·31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대구·경북 경제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왜 양 자치단체가 경제통합에 대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대구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북 또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서 나온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대구시는 '81년도에 광역시가 된후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코자 '95년도에 달성군을 편입시켜 250만 인구의 전국 3위 규모의 자치단체로 성장, 발전했다.

최근엔 대구.경북 경제통합론이 세를 얻어가는 형국이다. 경북이 남부권과 서부권으로 이어지는 L자형 벨트를 형성, 발전해 감에 따라 대구시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변지역 흡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위정자들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면서 발전논리로 변질되고 조작돼 가고 있다.

이는 두발로만 지탱하려는 몸부림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두 발은 두터워도 위험하고 불안하며 결국은 무게를 감당하는데 어려움만 따를 뿐이다.

오늘날 지향하고 있는 세계사적 가치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 이양하는데 그 주안점이 있다. 대구에서 불붙기 시작해 참여정부의 절대가치가 된 지방분권은 수도권의 과잉·과밀해소와 지방민과 수도권주민의 삶과 질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분권과 분산이 필수적 요소다. 그러나 분권과 분산은 주민 중심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이어야 하며 위정자들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균형발전은 집권, 집중의 효율성이 아닌 분권, 분산의 민주성과 자치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구광역시의 주변 흡수 시도는 대구·경북의 상생보다는 신흥남부 산업 도시와 함께 가자는 효율성의 논리로서 위정자들의 구호일 뿐 진정한 지방자치, 주민자치, 생활자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경북 북부지역 11개 시·군은 공동협의체를 구성,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 상호간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가운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가고 있다.

경북북부지역 11개 시, 군의 면적은 10,779㎢로 경북도 전체 면적 19,025㎢의 과반(56.6%)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와 충청북도, 전라남도보다 넓다. 경북북부권은 한 때는 183만 명의 주민들이 거주, 경북도 전체 인구의 과반이 넘은 적도 있다. 그러나 도시화,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수도권과 포항, 대구, 구미 등 대도시로 인력이 대거 유출돼 2005년 말 현재 78만여(전체 42.6%)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매년 인근 1개 군 인구보다 더 많은 2~3만여 명의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북부지역의 자연과 문화 및 역사가 지니고 있는 힘이 곧 웅도 경북의 힘이라 할 때 그 중심이 퇴락하고 사람이 떠나고 그 가치관마저 붕괴돼 버리면 삼발 중의 한 축이 무너져 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찌 경북의 균형발전과 그 위대함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이에 대구·경북의 경제통합이 단순한 생산과 서비스 중심의 통합에서 나아가 경북도 동남부와 중서부의 L자형 산업 벨트를 뒷받침해 줄 북부권의 자연환경과 관광, 정신문화를 함께 아울러 삼발이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 위대한 웅도 경북의 활로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이는 분권, 분산의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이뤄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구시, 경북도민이 다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길이 될 것이다.

김휘동 안동시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