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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대 창조도시](3)문화트러스터 피츠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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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피츠버그 하면 떠오르는 것은 철강도시 이미지이다.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가 철강산업을 발전시켰던 도시, 2차 세계대전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산업의 중심지로 가장 부유했던 지역, 철강뿐만 아니라 알루미늄·유리·에너지산업이 발달돼 있어 한국의 울산과 비슷한 중공업도시였다.

그러던 도시가 1980년대 외국 철강이 수입되고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3년간 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등 급격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시 전체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상황. 섬유산업으로 산업적 기틀을 다졌다가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무너져 내린 대구와 비슷했다.

그러나 대구와 다른 점은 지역 상공인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한번 해보자.'고 뭉쳤다는 점.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전략 산업을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서 집중 육성한 것이 첨단재료산업, 의료, 로봇, 나노기술, 정보기술, 전자광학산업. 특히 첨단재료공학과 생명과학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단다. 피츠버그 대부분의 산업은 이미 글로벌화해 지역 40개 공기업 중 33개가 해외에 진출해 있고 이곳에는 본부 기능만 남아 있다. 그래서 2004년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56억 달러에 이른다. 피츠버그개발연구소 테리 클럭 소장은 "올해에만 1만 3천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지금 피츠버그 주류사회의 고민은 '도시 전체를 제철의 이미지에서 어떻게 다른 도시 이미지로, 즉 활력 있는 산업도시로 바꿔 나갈 것인가?'에 있다. 지금 이것을 위해서 10개 카운티의 기업·대학들이 힘을 합쳐 기업 유치를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 도시의 이름은 '르네상스 도시'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피츠버그가 경제 중흥에 성공한 것은 도시의 삶의 질이 향상됐기 때문. '문화 트러스트'라는 도시 환경 개선 운동을 통해 깨끗한 도시와 좋은 교육 환경이 마련됐고 저렴한 부동산 가격이 기업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피츠버그 기술위원회 캘빈 레인 대변인은 핵심 성공요인을 "▷민관 파트너십의 구축 및 체계적인 작동 ▷지역의 강점을 살린 산업구조 재편 성공 ▷인재를 모이게 하는 지역의 삶의 질 개선 프로그램의 성공 및 적극적 투자유치"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원은 하되 후원자 역할에 머문 것도 주요한 성공 요인이다. 피츠버그 경제활성화위원회 마이클 랭리 이사장은 "주정부는 운전사, 기업이 가이드 역할을 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이 하고 싶은 것을 주문하면 정부는 무엇이든지 한단다. 기업들은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받지 않을 뿐 행정·조세 등 모든 분야에서 정부와 밀접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두고 있다. 이 위원회 론 말리 부사장은 "특히 주정부보다는 시정부 등 카운티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귀띔했다.

연수팀의 일원인 대구전략산업기획단 이정인 단장은 "이것이 한국과 미국의 결정적 차이점"이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적극적 후원자 역할을 하면서 기업과 민간이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을 해나간다면 결국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리치몬드에 있던 경제개발공사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기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 대학과 연계한 산학 협동 프로그램. 피츠버그 발전 견인차의 한 축을 카네기 멜런 대학(CMU)이 담당했다는 데 이론이 없다.

카네기 멜런은 IT, 피츠버그공대는 생명공학분야의 R&D 역량을 이용, 보건의료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지식기반산업으로 구조를 개편했다. 대기업 본사가 지역 내 다수 존재하고, R&D 센터가 집적되어 있는 강점을 살려 금융 및 생산자 서비스산업을 적극 발굴하고 육성한 것이 오늘의 피츠버그를 만들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임광규기자 kkang59@msnet.co.kr

*카네기 멜런대학=강철왕 카네기가 제철공장 자녀들을 위해 설립한 학교. IT 분야에서 하버드, MIT와 더불어 3대 대학에 올라 있다. 최근 들어 드라마나 영화 등에도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77개 단과대학이 있으며 기업선호도 1위로 조사됐다.

◎상공인 중심 문화 트러스트운동

상공인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피츠버그를 다시 살리자는 운동이 일면서 그 중심에 섰던 것이 문화클러스터 운동이다. 피츠버그시를 리모델링해서 도심에 사람이 살도록 하자는 취지로 발족한 시민단체. 캘빈 맥마흔 대표는 "이 단체가 생길 때 피츠버그는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기업도, 가게도 문을 닫았다. 이때 시민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상공인을 비롯한 리딩 그룹을 중심으로 일었다. 때마침 하인츠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츠 회사가 연간 200만 달러씩 3년간 기부를 했다. 시민들도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1980년대까지 도심 오하이오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양쪽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쪽은 완전 슬럼가였다. 투자라고는 이뤄지지 않았고 돈이 모조리 빠져나갔다.

이것이 작은 불씨가 돼 결국 도시를 바꿨다. 슬럼가였던 도심의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임대사업을 시작하고, 여기서의 수입을 바탕으로 건물 재개발을 이어나갔다. 주수입원은 임대료와 도심 주차장 관리비 및 티켓 판매비용과 협찬 등으로 이뤄진다.

지금은 연간 5천만 달러의 예산과 함께 85명의 정규직원 및 280명의 계약직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문화클러스터 운동은 이제 마이애미 클리블랜드 덴버 등지에서도 일기 시작했다.

이 운동이 정착되지 않았으면 컨벤션센터나 미식 축구경기장이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내 도심에 사람이 주거할 수 있도록 4억 5천만 달러를 투입해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캘빈 대표는 "도심에 문화 휴식 공간이 늘어나면서 사무실이 채워지고 빌딩이 속속 건설되고 있다."며 "이는 시민들의 지역사랑운동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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