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을 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프리허그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리허그 운동의 또다른 이름은 몸으로 하는 자원봉사가 아닐까.
대구시 종합자원봉사센터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응답자의 35%가 '사랑나눔'을 꼽았다. 따뜻한 체온과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재가봉사 15년째 '덩굴손'
"할머니, 우리들 왔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지난달 30일 오후 7시쯤 대구시 북구 산격동 산격주공아파트. 봉사단체인 '덩굴손' 회원들이 혼자 살고 있는 하말임(78) 할머니 집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하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지난 1992년 가정주부와 직장인들이 결성한 덩굴손은 1주일에 한번 홀몸노인과 장애인 가정을 방문,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이날 참가한 자원봉사자는 정수환(50·대구시 동구 송정동), 장경숙(50·여·북구 산격동), 백인계(55·여·수성구 파동), 나영미(47·여·북구 칠성2가), 김정연(50·여·북구 복현동) 씨. 이들의 봉사활동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안아주고 말벗이 되어드리는 것. 딸과 아들이 어머니를 대하는 듯 했다.
밤이 깊어가는 좁은 아파트에는 연신 웃음꽃이 피어났다. "할머니, 누가 가장 예뻐요?"라는 장경숙 씨의 '재롱'에 하 할머니는 "다 이쁘다. 다 예뻐."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모임 정수환 회장은 "모임을 처음 만들 당시 재가봉사라는 말이 생소했다."면서 "따뜻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자원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락 배달' 대구전력 사회봉사단
지난 30일 낮 12시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박정자(77) 할머니의 집.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냉기가 가득한 박 할머니의 집으로 한국전력 대구전력관리처 홍상표(49) 과장과 정상영(50) 과장, 김유종(35) 대리가 찾아왔다.
그들의 손에는 따끈따끈한 도시락이 들려있었다. 이들은 2년째 매주 월·수요일 근무시간을 쪼개 수성구지역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아들(44)과 생활하고 있다. 재개발이 임박하면서 언제 헐릴 지 알 수 없어 막막한 박 할머니의 손을 잡은 이들은 가슴이 저려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 할머니의 손을 꼭잡고 짧지만 말벗을 해줬다. 박 할머니는 "도시락보다 더 기다리는 것은 사람들의 따뜻한 체온이었다."면서 "하루중에서 도시락을 배달받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뇌출혈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2주밖에 되지 않는다는 정상영 과장은 "자원봉사는 나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종 대리는 "수성구는 잘 사는 사람들만 있는 '부촌'인줄 알았는데 어려운 이웃들이 너무 많다."면서 "배달해준 도시락을 아껴서 먹는 어르신들을 대할 때마다 사랑나눔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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