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권 유린 국제결혼, 이대론 안 된다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동남아 여성들이 겪는 인권 유린 실태가 자못 충격적이다. 베트남'필리핀 현지 조사에 따라 안명옥(한나라당) 의원이 12일 공개한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 보고서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한국 남성 1명이 적게는 20~30명에서 200~300명, 심지어 400명의 현지 여성과 맞선을 본다는 것이다. 왕조시대 왕비 간택도 저리 가라 할 정도다. 그것도 2'3차를 거쳐 최종 선택 단계에 가서야 신상 정보가 교환된다.

百年偕老(백년해로)의 동반자를 만나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런 엉터리 맞선에 허위 정보도 판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배우자 선택권은 남성에게만 있다. 남성의 선택을 거부하면 '마담 뚜'들이 다시는 맞선을 못 보게끔 불이익을 준다. 심지어 선택받은 여성들 중엔 당일 바로 성관계를 강요당하기도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쯤 되면 "인신매매에 가까운 강압적 구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지 조사 보고서라 현지 여성의 인권 유린이 부각된 측면은 있다. 이와 반대로 딴 목적을 갖고 결혼한 후 줄행랑치는 외국인 여성들로 한국 남성들이 고통당하는 예도 적지 않다. 2세 문제, 가정폭력, 이혼 문제 등 국제결혼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4년 기준 국제결혼은 3만 5천447건으로 전체 결혼 건수의 11.4%이며, 농촌 경우 27%다. 획기적 변화가 없는 한 '한국男(남)-외국女(여)' 결혼패턴은 지속적으로 늘 전망이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의 속성 맞선, 현지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적 자세가 고쳐지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제결혼 희망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은 물론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국가 간 협력체제 구축 등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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