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올림픽축구대표팀 한.일전에서 '감독 대행'으로 데뷔하는 홍명보(37) 축구대표팀 코치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21세 이하(U-21)로 구성된 올림픽대표팀에 대해 "이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재목이다. 이 선수들이 나중에 성인 대표팀으로 올라오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내 임무"라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때 뭔가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듯한 말도 했다.
축구계에서는 '지도자 홍명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사실 홍명보는 현역 지도자의 길보다는 축구 행정가 쪽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프로축구(MLS) LA 갤럭시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스포츠 마케팅과 행정학을 공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작년 2월 최연소로 대한축구협회 이사가 됐을 때만 해도 축구인들은 '코치 홍명보'가 아니라 '행정가 홍명보'에 더 비중을 뒀다.
'아시아의 야생마' 김주성(40)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행정가 유학 코스를 밟고 축구협회 국제부장으로 들어왔을 때 아마 홍명보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했다.
그러나 홍명보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요하네스 본프레레 전 감독의 '구원 투수'로 들어와 한국 축구의 체질을 개선하기 시작했을 때 태극전사들의 '정서'를 책임지는 도우미로 부름을 받았다.
이후 베어벡호에 이르기까지 '코치 홍명보'의 역할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홍 코치가 지도자로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축구계에서는 '2010 홍명보 감독' 프로젝트를 떠올리기도 한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더 이상 파란 눈의 외국인 지도자가 아니라 한국인 지도자가 월드컵 태극호의 지휘봉을 잡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몽준 축구협회장은 평소 "2010년까지는 외국인 사령탑이 우리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바통을 넘겨주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축구를 대표해온 홍명보가 지도자로서 대성하기 위해서는 '프로의 쓴 맛'을 먼저 맛봐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명장'으로 통하는 유럽의 주요 감독들이 대부분 각국 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에서 우승한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각에서는 프로 리그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있는 황선홍(38) 전남 드래곤즈 코치와 홍명보 코치가 내년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의 쌍두마차로 '상호 경쟁을 통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래저래 홍명보의 '감독 데뷔전'이 관심을 끄는 이유가 많아진 듯한 분위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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