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식투자의 귀재로 불리며 세계 최고 갑부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워런 버핏이 자기재산의 85%인 370억 달러, 우리돈 약 3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선사업의 대명사로 꼽히는 빌 게이츠가 이끄는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겠다는 발표를 해 세간의 큰 화제거리가 된 적이 있다.
이를 보면서 그 나라의 성숙한 기부문화에 깊은 감명과 함께 커다란 부러움을 느꼈는데, 더불어 우리나라의 기부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후 절대적 빈곤의 상태에서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개인과 기업이 모두 부의 축적에만 몰두하는 시기를 거쳤고 경제 발전과 더불어 큰 재산을 가진 부자들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기부문화 수준은 부의 축적 수준에 비해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동안 많은 기업과 기업인들이 우리 사회의 기부 역사에 많은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아직도 순수하고 자발적인 기부문화는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일부 기업 및 개인은 당연히 내야 할 세금조차도 온갖 편법을 동원해 내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발적 기부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제껏 우리를 더욱 감동시켰던 것은 평생을 아끼고 저축해 모았던 모든 재산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선뜻 기부했다는 어느 할머니의 따뜻한 미담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기업과 일반 개인들의 기부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크게 높아지고 있어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특히 많은 대기업들이 이익의 사회 환원과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고 또 참여를 시작하고 있음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더불어 일반 시민들이 주축이 되는 소액 기부문화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이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 기부지수"에 의하면 2001년 48.0%, 2003년 64.3%, 2005년 68.6%로 기부지수가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민들의 기부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최근 부의 양극화와 이에 따른 빈부 격차의 확대 문제가 우리사회의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하겠다. 선진국들의 경우에서 본다면 이러한 문제는 기부를 통해 설립된 각종 자선단체들의 활동으로 어느 정도 해결해 왔음을 발견할 수 있고 우리의 경우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기부 역사를 만들었다고 칭송되는 앤드류 카네기의 행적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기부문화를 성숙시켜 나가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그는 인간의 일생은 두시기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이고 후반부는 부를 나누는 시기로 보았으며, 부의 사회 환원이 부자들의 신성한 의무임을 강조하면서 몸소 실천해 보였다.
또한 그는 잉여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을 제시했는데 첫 번째 방법은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공기관에 기증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살아 있는 동안 소유자가 직접 관리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자손에게 부를 물려주는 방법은 물려받은 자손에게 불행을 초래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보았고, 공익을 위한 부의 기증도 그 재산이 기증자가 바라던 진정한 목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세 번째의 직접 관리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자신의 부를 나누어 주는 수많은 방법과 기술의 창안을 제안하고 또 실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카네기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손에게 물려주는 방법이 가장 선호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 나라도 부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부자가 더욱 많이 나타나고 국민들도 '소득 1% 기부 운동' 등 기부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더욱 확산되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최근 CJ그룹에서 '도너스캠프' 란 기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 임직원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이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도 더욱 성숙된 기부문화가 빨리 정착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홍창 CJ투자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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