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때부터 '명문' 중·고교가 몰려있는 지역으로 전입하는 '학군 지상주의'가 판을 치면서 대구 수성학군 내에서도 '동네 서열'이 갈리고 있다. 관계자들은 과밀학급 등 교육여건의 불합리성을 부추기고 위화감 조성 등 문제가 적지 않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고심하고 있다.
23일 대구 수성구 범어4동의 단독주택 밀집지역. 전봇대마다 '월세'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빌라나 원룸 벽에도 임대나 원룸, 투룸, 쓰리룸이라고 적힌 전화번호로 가득하다. 직접 전화를 걸어 사정을 물어보니 임대사업자는 "새학기를 앞둔 11, 12월에 진학을 앞둔 초·중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문의가 가장 많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5년 간 수성구 전입 학생을 분석한 결과, 연초 중·고 입학 배정 추첨을 앞두고 수성학군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같은 수성구 내에서도 특정 중·고가 모여있는 동네에 더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수성구청과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2006년 10월 31일까지 수성구에 전입한 중3 학생은 모두 1천659명으로, 전입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많았다. 동별 전입생은 황금1동 253명을 비롯, ▷범어4동 166 ▷만촌3동 161 ▷고산3동 143 ▷고산1동 105▷지산1동 100명의 순이었다. 올해 전입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잇따른 신규 아파트 입주 때문으로, 지난해 54명이던 황금 1동 전입생이 253명으로 불어난 것도 캐슬골드파크(4천650가구) 입주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입 1순위로 꼽히는 곳은 단연 범어4동. 연간 143명~221명으로 지난 5년간 모두 897명의 중3 학생이 전입했고, 올해도 황금1동을 제외하곤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중학교 전입 세태는 초교에도 그대로 이어져 '인기 동네'의 경우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수가 느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전교생이 1천747명이던 범어4동 K초교의 경우 지난 4월 1일 1천619명으로 학생이 100명이상 줄었지만 6학년은 387명에서 412명까지 늘어났다.
수성구청 한 관계자는 "자녀의 특정 중·고 진학을 겨냥해서 일찍부터 주소를 옮겨두는 것"이라며 "연말이면 경산, 구미는 물론 같은 수성구의 이웃 동네에서도 전입 행렬이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범어4동 못지 않게 '명문(?) 동네'로 부상한 곳은 만촌3동. 올 전입생 수가 161명으로 지난해 98명보다 63명이나 늘었다. 만촌3동 D초교의 경우 지난해 9월 1일 1천537명이었던 전교생 수가 1년 새 1천635명으로 크게 늘었다. D초교 관계자는 "단독주택 밀집가이고 아파트 입주가 전혀 없는데도 학생들이 는 것은 역시 학군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산1동과 3동도 최근 3년간 2,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02년, 2003년에만 해도 만촌3동, 고산 1, 3동을 앞섰던 지산1동은 2004년이후 4위권으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중3 전입생이 많은 동네의 경우 초교 6학년의 전입도 많아 하나같이 과밀학급"이라며 "벌써 5년째 위장전입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 이같은 전입 세태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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