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독직(瀆職)

고대 스파르타의 가장 큰 문젯거리는 만연한 행정관들의 타락이었다. 페르시아 전쟁이 끝난 후 테미스토클레스라는 인물은 획득한 戰利品(전리품)으로 스파르타 전체를 매수하려 했다는 혐의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또 기원전 404년 아테네 함락 이후 스파르타에 수많은 전리품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당시 절정에 달한 瀆職(독직)사건을 억제하기 위해 '개인의 귀금속 소유 금지'라는 법안까지 만들어졌다.

○…스파르타는 귀금속 소유 금지법에 따라 외국에서 금과 은을 국내로 반입하는 것을 막았다. 현대와 마찬가지로 금과 은 등 귀금속은 부정부패와 독직의 검은 거래물이었다. 이 때문에 스파르타에서는 철로 만든 화폐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포고령이 내려졌다. 귀금속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고대에도 금은보화는 결국 자리와 명예를 더럽히는 毒杯(독배)와 다름없었다.

○…감사원이 어제 성인용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무분별한 정책 추진, 영상물등급위의 부실 심사 등 혐의로 전직 문화부 고위관리 등 30여 명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경품용 상품권 정책을 추진하면서 독직 혐의가 엿보이는 전 문화부 장'차관까지 검찰 수사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충격적이다.

○…독직의 구린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제이유그룹이 검'경과 정치권, 공정거래위 공무원, 언론인 등에 100억 원대의 돈을 뿌렸다는 국정원 보고서가 최근 폭로됐다. 수사기관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경찰 간부가 덜미를 잡혔고, 청와대 비서관이 非理(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제이유 로비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검은 돈'의 수혜자를 적은 '국정원 리스트' 소문까지 항간에 떠돌고 있다.

○…연일 신문지상을 큼지막하게 장식하고 있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도 예외는 아니다. 당시 은행장의 구속에 이어 감독기관인 재경부 전 고위관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06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지수는 전 세계 163개국 중 42위. 10점 만점에 5.1점으로 아시아 주요국들에 비해 부패의 정도가 심했다. '뇌물 공화국'이라는 汚名(오명)이 언제쯤 씻길 것인지.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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