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가 25일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수원 삼성을 2대1로 꺾고 올 시즌 챔피언이 되자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이 조명받고 있다. 무명 선수 출신으로 박사 박위를 받은 학구파 지도자로 알려진 그는 스타 출신의 차범근 수원 감독과는 여러모로 대비되는 인물이었지만 우승팀 감독이 되면서 성공을 거두게 됐다.
김 감독은 1980년대에 실업팀인 국민은행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다. 팬들에게 알려질 수가 없었던 그는 당시 프로팀인 럭키금성의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했으나 불안한 미래 보다는 안정을 위해 은행원 생활을 선택했다.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영업 실적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는 그는 성남 일화의 코치직을 제의받고 좋아하는 축구를 뿌리칠 수 없어 지도자 생활에 접어들었다.
그는 지도자로 일하게 되자 새벽까지 축구를 공부하고 전술을 연구하며 나날을 보냈다. 작고한 차경복 감독을 도와 성남의 우승을 일궜고 감독으로서도 올 시즌 우승 사령탑이 됐다. 그는 성남이 현대 축구의 주류인 4-4-2 전형을 잘 구사하는 팀으로 만들었고 상대 전술을 철저히 분석, 이에 대한 '맞춤형 전술'로 승리를 가져오는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강호인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도 김 감독처럼 철저한 무명 선수 출신이다. 프로팀의 통역과 스카우트로 일했던 그는 스태프로서의 특출한 능력을 인정받아 본격적인 지도자로 나서게 됐고 2004년 6월 FC포르투의 감독으로 유럽챔피언스 우승을 이끌었다. 무리뉴 감독 역시 상대 팀의 전술을 철저히 분석, 선수 기용에 변화를 주며 승리를 추구하는 감독으로 평가된다.
스포츠계에서 '스타는 명장이 될 수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축구계에서 무명 선수 출신의 지도자 성공기는 심심찮게 나온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아르센 웽거 아스날 감독 등도 무명선수 출신이고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자 현 러시아 대표팀 감독도 무명선수 출신이다.
무명 선수 출신의 지도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스타 선수들을 장악하기 위해 그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려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과 선수들을 보는 혜안을 갖추었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를 지녔다는 점 등이다.
그들의 성공기는 학벌과 배경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풍토가 아직 가시지 않은 우리 사회에 거울이 되고 있다. 학벌과 배경 보다는 실력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배출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학벌과 배경의 '벽'이 존재하고 있다. 20년 전이라면 '감독'이 되기 어려웠을 김학범 감독이 성공했다는 데에 한줄기 빛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지석(스포츠생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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