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량미로 전용되는 쌀 지원이라니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식량이 부족한 軍糧米(군량미) 보충에 쓰인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이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가 공개한 북한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전쟁 예비식량 목표에 미달하자 남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무상 지원한 쌀로 군량미 부족분을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최고 책임자의 '말씀' 자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쌀 지원이 굶주린 북한민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해왔지만 실상은 인민군 군량미로 轉用(전용)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정부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쌀 지원을 계속했다면 안보에 영향도 영향이지만 정부의 대북 지원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가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95년 정부 차원에서 쌀 15만t을 지원한 이후 그동안 쌀, 비료 등 정부와 민간에서 북한을 돕는 데 쓴 금액은 모두 1조 7천919억 원에 달한다. 올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현재 쌀'비료의 지원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지난 10월까지 비료 35만t 등 2천108억 원 규모의 물자가 無償(무상) 지원됐다. 연간 기준으로 볼 때 처음 2천억 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런 엄청난 지원들이 전쟁에 대비한 물자라니 국민의 입장에서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북한 추곡 수확량은 소위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8년의 60%를 밑돌아 극심한 식량난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북한은 올해 초 세계식량기구의 현지 조사를 꺼려 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지원을 거부하다 水害(수해)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다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6자회담 재개 등 상황을 봐가면서 쌀'비료 지원을 재개할 계획이다. 지원하더라도 배급 상황을 보다 철저히 관리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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