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경북대 분발해야

바야흐로 지방대학의 위기다.

인재의 수도권 유출-재정 악화-취업률 저하-위상 추락이 악순환하고 있다. 정부 정책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취업할 마땅한 기업이 없다며 지역 여건에 한숨만 짓는다고 위기를 벗어날 수도 없다.

이런 면에서 최근 1~2년 사이 깃대를 잡은 지역 대학 총장들의 움직임에 눈길이 간다.

우동기 영남대 총장은 학교발전기금 모금에 박차를 가해 16년 동안 모은 전체 450억 원 가운데 지난 2005년 3월 취임 이후에만 150억 원을 모았다. 올해 2학기부터 대학 설비, 출판, 물품 구입 등에 '전자입찰제'를 도입, 입찰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용도 상당액 아끼고 있다. 지난해부터 파격적인 장학 혜택으로 5년간의 대학원 미달사태를 극복하고, 2007학년도 전기 지원율만 연간 정원의 96.4%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진우 계명대 총장은 취임 뒤 지금까지 2년 5개월 동안 문화콘텐츠, 지역혁신센터 분야 등에서 모두 625억 원의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대학 4년 전 과정을 영어로 수업하는 '계명국제대학(KIC)'을 창설하고, 국제교육센터 건립(2007년 말 완공)에 나서는 등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취임 1년여를 맞은 이용두 대구대 총장은 캠퍼스 정보화와 교육의 질 향상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유비쿼터스 캠퍼스'를 겨냥해 차세대 통합 정보통신망을 구축했다. 또 교수와 학생을 1대 1로 연결해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수업, 진로, 개인 경쟁력, 취업 등 전반을 돌보는 '공학인증제'를 전 단과대로 확대하는 야심찬 교육시스템 구축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이처럼 사립대 총장들의 사활을 건 몸부림과 달리 국립대인 경북대는 다소 느슨한 것 같다.

물론 노동일 경북대 총장도 취임 이후 '내 18번은 통합'이라며 국립대 통합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상주대와의 통합 실패를 의식한 듯 금오공대 등의 눈치를 살피느라 진척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전문대학원은 뒤늦게 유치운동에 뛰어든데다 역량 부족이 겹쳐 부산대에 내주고 말았다. 부처(단)장 직제를 신설해 결재라인을 늘리면서 업무의 비효율만 가져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100대 대학'이란 거창한 구호로 2010 비전 선포식을 가졌지만, 총장 취임 100일에 짜맞추느라 알맹이 없이 급조됐다는 지적도 있다.

교수 확보율 조정을 비롯한 대학 구조개혁안(2009년 시한), 대학 자생력을 겨냥한 국립대 법인화 추진 등 대학 환경은 날로 급변하고, 그만큼 대학의 자구노력은 절실하다.

지역 거점대학으로, 세계 속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북대의 분발이 요구된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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