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와 쿠웨이트의 결승 대결이 심판의 지극한 정성에 힘입어 마침내 성사됐다. 예상됐던 일이었지만 도가 지나쳤다. 한국 남자 핸드볼팀은 11일 알 가라파 인도어 홀에서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홈팀 카타르를 맞아 최선을 다했으나 40대28로 패배, 아시안게임 6연패가 좌절됐다. 쿠웨이트인 심판 둘을 합해 9명이 덤비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카타르 관중들의 북과 박수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운 가운데 어이없는 심판 판정에 웃다가 경고를 받고 속공을 하려들면 다시 휘슬로 경기를 끊는 통에 초반부터 점수는 벌어졌다. 심판의 화끈한 봐주기(?) 판정 앞에선 그 무엇도 소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 선수들이 안쓰러워 보였다.
9일 알 가라파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남자 핸드볼 쿠웨이트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심판은 2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 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형편없는 판정으로 한국팀을 궁지에 몰아 넣었던 카타르 출신 심판 유스프 알 하일과 압둘 나세르 알 하마드. 이들은 여전히 지조(?)를 지켜 한국팀에 불리한 판정을 쏟아냈다. 결국 26대32로 한국의 패배.
경기 중간에 카타르 감독에게 "이렇게라도 이기고 싶냐"고 물었다는 한국팀 에이스 윤경신. 그는 경기 후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이 쿠웨이트 사람인데다 대진표부터 심판 구성까지 미리 각본대로 진행된 것이라 신이 와서 경기를 한다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어처구니없는 판정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뛰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 패배 원인과 소감을 묻는 튀니지의 한 기자에게는 "당신이 경기를 봐서 더 잘 알지 않느냐. 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다른 종목에서도 불공평한 처사는 이어지고 있다. 12일 한국 남자 축구가 이라크와 알 사드 경기장에서 준결승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다음에 벌어질 카타르의 경기를 위해 잔디 상태를 고려한다며 11일 알 가라파 스타디움으로 경기장소가 변경됐다.
이미 카타르는 홈 팬들의 관전 불편을 이유로 9일 태국전(8강)에서 오후 4시로 예정된 경기를 오후 7시로 옮기기도 했다. 얼떨결에 다음 경기를 치를 이라크와 우즈베키스탄이 먼저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10일 새벽 벌어진 남자 농구 한국과 카타르의 대결에서도 숱한 오심이 이어졌다. 심판들은 카타르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예사로 눈감아 줬지만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87대81로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대회 심판 판정과 경기 운영 논란에 대해 셰이크 사우드 빈 압둘라만 알 타니 카타르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은 "심판진과 경기 운영진은 아시아 올림픽평의회에서 선택한 이들이며 카타르는 이 부분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외부인들의 눈에는 이 같은 일들이 벼락부자의 주체할 수 없는 오만함으로 비칠 뿐이다. 그렇게 성적을 올려봤댔자 고개를 떳떳이 들 순 없을 것이다.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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