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주, '다문화주의'에서 '통합'의 길로

호주가 그 동안 표방해온 '다문화주의' 대신 '통합'의 길로 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주로 이민자들을 겨냥한 용어로 이민 정책의 방향 선회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유색인종들에게 꽉 닫혀있던 백호주의의 두꺼운 빗장이 풀리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들어 호주의 새로운 문화적 지도를 만들었던 다문화주의가 이제 통합과 단결이라는 깃발 밑으로 재집결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깃발은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제일 먼저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 11일 앞으로 호주의 시민이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예외 없이 호주의 국어인 영어와 호주의 가치에 대해 시험을 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 동안 호주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자랑스럽게 사용해왔던 다문화주의라는 용어도 대체할 뜻을 피력했다.

그는 새로운 용어를 찾는데 약간의 시간을 보내며 고심하는 흔적을 보인 다음 통합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다문화주의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을 뜻해 호주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문화주의가 단합보다 다양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호주사회가 결집력이 있고 단합된 사회가 되는 통합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할 것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통합이라는 깃발아래 이민자들에게 영어시험 등을 부과하는 데는 이민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방관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호주의 가치와 가장 많은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호주내 이슬람 사회의 움직임이다.

호주내 이슬람 사회 일각에서는 호주를 이슬람 국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호주를 적대시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또 호주를 비롯한 민주사회의 커다란 가치 중 하나인 남녀평등을 부정하는 발언도 공공연히 하고 있다.

호주로서는 이 같은 충돌을 어떻게든 막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하워드 정부의 이민 당국자들은 직접 이슬람 사회를 지칭하고 있지는 않지만 통합의 깃발을 들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점은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민자들에게 영어시험과 호주의 가치에 대해 시험을 부과하는 것을 백호주의의 새로운 모습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한쪽에서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호주내 이민사회는 물론이고 야당이나 심지어 같은 연정 내에서도 그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많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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