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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배성도 作 '곁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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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눈질

배성도

지갑이 얇아지다가 꼬깃꼬깃 마른다

헐렁한 눈까풀 바르르 내리깔고

눈알 힐끔힐끔 곁눈질 하나 걸치었다

마누라 식당 허기진 양철 돈통 옆에서

꼬물꼬물 어리댄다

살랑한 바람이 일더니 마누라 곁눈질

칼, 도마는 불안하다

이른 아침은 살갑다

자고 있는 마누라 손가방을 헤집는다

가슴이 뒤틀리다가

작은 돈지갑 자크 쪼개지는 소리

흔들거리는 손놀림 심장은 눈물겹다

사내는

가난하다고 이죽거릴 것 없다

눈동자 곁눈질쯤이야 어쩌랴

산다는 것 전부가 공허한 불찰인 것을…

이 겨울, 문득 세상에서 밀려난 40대의 가장(家長)을 떠올린다. 한때 온갖 정열을 바쳐 일하던 직장에서 어느 날,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사내. 한때는 직장의, 집안의 중심이었다. 주변으로 밀려나, 아내가 꾸려가는 식당의

'허기진 양철 돈통' 부근에서 얼쩡거리며 용돈을 구걸한다. 혹은 이른 아침 곤하게 잠든 아내의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는 모습은 눈물겹다. 사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무기력증에 허우적이며 '그저 산다는 것 전부가 공허'하다며 체념하는 수밖에 없다. 우울한 우리 시대의 초상이다.

그러나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온다. 그 봄은 준비하는 자에게 올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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