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천경찰청장, 걸어서 1시간50분 출.퇴근

'청장님 주의보를 발령합니다. 1급 주의보입니다. 지방청부터 지구대까지, 근무하실 때 주의하셔야 할 겁니다. 어디서 나타나실지 모르니 조심하십시오.'

언뜻 보면 경찰청장의 암행 감찰을 앞두고 부하 직원들간에 비밀리에 교환하는 글 같지만 사실은 인천경찰청장의 도보 출.퇴근에 감명 받은 한 경찰관이 인천경찰 공개게시판에 애교 섞인 표현으로 올린 글이다.

김철주(51) 인천경찰청장이 관사에서 경찰청까지 걸어서 1시간 50분 거리를 도보로 출.퇴근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 4일 인천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이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인천시 중구 관동 관사에서 남동구 구월동 인천경찰청까지 직선 거리로 7.5km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김 청장은 매일 오전 5시 30분 관사에서 출발해 7시 20분께 인천경찰청에 도착, 지하 1층 샤워장에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업무를 시작한다.

인천에서 근무 경험이 없는 그는 지역 지리를 익힌다는 취지로 매일 같은 길을 오가지 않고 출.퇴근 때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해 걷고 있다.

그의 도보 출.퇴근은 인천에 부임하고 시작된 것은 아니다.

경찰청 경비국장 재직시에도 서울 광장동 자택에서 미근동 경찰청까지 1시간 30분을 걸어서 출.퇴근했다.

김 청장은 추운 겨울에 공기도 좋지 않은 도심을 통과해 걸어서 출.퇴근하는 것은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걷다 보면 새벽 시간대에 고생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며 부하들의 고충을 직접 느낄 수도 있지요. 러시아워 시간대에 교통 관리 상황이 어떤지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걸어서 출.퇴근 하면 좋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예요."

인천경찰 게시판에는 도보 출.퇴근에 대한 호평 말고도 권위주의를 멀리 하는 김 청장의 행보를 반기는 글들도 적지 않다.

경사 계급의 한 경찰관은 '청장님께 빼앗긴(?) 계란말이'라는 글에서 '점심 때 구내식당에서 옆에 앉은 사람이 청장님이어서 깜짝 놀랐다. 긴장하고 있었는데 내 식판의 계란말이 반찬까지 빼앗아(?) 드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편하게 건네줘 즐거운 점심식사가 됐다'고 전했고 김 청장은 이에 '빼앗은 계란말이는 나중에 차 한잔 대접, 보답하겠다'고 답글을 올렸다.

김 청장은 "잇단 범죄 발생으로 정신없이 바쁠 수도 있는 경찰청장이 걸어서 여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앞으로도 인천지역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해 상쾌한 출.퇴근 도보 행진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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