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관왕' 뒷바라지한 장선재 어머니 김인곤씨

"매디슨에서 선재가 금메달을 땄지만 전 매디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매디슨을 탈 때마다 불안해요"

장선재(22.대한지적공사)는 도하 아시안게임 사이클에서 매디슨까지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오르며 '아시아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어머니 김인곤(47)씨는 기뻐하면서도 아픈 기억을 지울 수가 없었다.

"2003년 5월 8일, 어버이날이었어요. 선재가 '기가 막힌 선물'을 가져오겠다면서 매디슨 경기에 나갔죠.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오기 직전에 다른 선수의 앞 바퀴에 걸려서 한 바퀴를 공중에서 돌고는 떨어졌어요. '엄마 들어오지마' 이러면서 응급실로 들어가는데.." 김씨는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한 지 목소리가 떨렸다.

김씨는 당시를 "죽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아들 선재는 입 주위를 다쳐 30바늘이 넘게 꿰맸다. 500원짜리 동전만한 구멍이 생겨 이가 다 보일 정도였다.

어머니는 내심 아들이 위험한 사이클을 그만뒀으면 하는 생각을 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아들도 좋아하는 운동을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 때의 시련을 잘 넘긴 이들은 3년 뒤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는 벅찬 기쁨을 누렸다.

김인곤씨는 "선재가 3관왕을 하니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다.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축하전화를 얼마나 받았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옛 친구들도 연락을 해왔다"면서 "선재가 나온 기사를 다 스크랩해놨다"며 들떠 있었다.

그는 올해를 "복 받은 해"라고 말한다. 큰 아들 선재가 한국 사이클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데다 남편과 두 아들이 대한지적공사 사이클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돼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사이클 삼부자(三父子)'가 각종대회에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관중석에는 묵묵하게 뒷바라지해온 김인곤씨가 있었다.

운동선수의 아내와 어머니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이클이 뭔지도 몰랐지만 태극마크가 멋있었던 남편은 큰 아들이 태어날 때도 태릉선수촌에서 한창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두 아들도 사이클을 하면서 기쁜 일도 많았지만 가슴 아픈 일이 더 많았다.

김씨는 큰 아들 선재가 중1때부터 고3때까지 도로훈련할 때 뒤에서 차를 몰고 따라다니며 훈련을 도와줄 정도로 열성이었다.하지만 그러느라 둘째 아들 찬재(17)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쓴 것이 아직 마음에 걸린다.

선재가 중1때 첫 대회를 나가던 날 선재 먹이려고 보약을 지어오던 친정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끝내 숨진 일은 김씨의 가슴에 맺혔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하늘에서 도와주셨다고 생각한다.

김씨는 아들들이 자랑스럽지만 다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아쉽다. 네 식구가 다 모이는 날은 일년에 손을 꼽을 정도다.

남편 장윤호 대표팀 중장거리부문 감독은 대회다 훈련이다 해서 집에 있는 기간이 일년에 한달도 채 안 된다. 큰 아들 선재도 마찬가지. 의정부공고 3학년인 작은 아들 찬재도 이제 실업팀에 합류하면 집을 떠난다.

삼부자가 훈련하게 될 충북 음성에서 같이 살 법도 하지만 "이제까지 이사를 14번이나 했다. 선재는 학교를 10번이나 전학했다. 가족들끼리 이제 이사는 가지 말자고 약속했다"면서 고개를 젓는다.

김씨에게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물어봤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그는 "올해 전국체전"이라고 말했다. 큰 아들 선재가 일반부 3관왕을 했고 작은 아들 찬재도 고등부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두 아들이 다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김씨는 "후회 남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얼른 카타르에서 돌아오면 좋겠다"며 남편과 큰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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