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전이지방과 싸우는 미국을 보며

식당 경영을 해본 내게 있어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만지는 일은 세상 어느 직업보다 중요하다. 친구 하나가 게장 알레르기로 인한 식중독을 앓은 적이 있다. 이마에서 발등까지 나타난 식중독 증상은 보기에 끔찍할 정도였다.

누군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그런 증상을 보인다면 그야말로 소름 돋는 일이 아닐까? 식당을 경영하다보면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가진 학생들로부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예를 들자면 양상치를 씻을 때 세균을 죽이기 위해 넣는 약품이 있다는 등이다. 정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일명 카더라통신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꺼림칙함을 지울 수 없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내가 직접 경험한 일 가운데 두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첫 번째는 일회용 물수건에 관한 것이다. 내가 받은 일회용 물수건의 경우 한뭉치 가격이 2천원이었다. 다시 수거해 간다는 조건이 붙어 있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2천원은 물수건 세탁료라 할 수 있다.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데 그치지 않고 입을 훔치거나 발까지 닦는 손님을 볼 수 있다. 손님들이 가고 난 테이블을 종업원들이 그 물수건으로 애벌걸레질을 하기도 한다.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는 테이블을 닦은 물수건은 가게가 마련한 나름의 통에 넣어서 보관된다. 빨래를 해 본 주부라면 흰세탁물을 지우는데 들어가는 세제가 얼마인지 잘 알 것이다. 치약을 넣고 삶거나 레몬을 넣으면 하얗게 된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해보았지만 놀랄만한 표백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나가 짐작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다. 이 겨울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제빙기에 대한 것이다. 얼음물 인심이 나쁘면 손님 떨어진다고 할 만큼 더운 도시 대구가 아닌가. 200만원을 호가하는 제빙기를 할부로 들여 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제빙기 설치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던 어느 해 봄이었다. 나는 고장날 것에 대비, 집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응급처치를 배우기 위해 기사 옆에 딱 붙어서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정수 기능은 어디서 하나요?" 나의 이 순수한 질문을 묵살해버리는 기사님의 한마디. "제빙기는 물을 얼음으로 만드는 것이지 정수기가 아닙니다." 그렇다. 정수기능을 갖춘 제빙기(정수기에 제빙기능이 달린 것은 제외)를 난 본적이 없다. 그냥 수도관에 연결된 선을 통해 제빙기안으로 물이 들어오면 얼려지는 것이 전부다.

그러면 제빙기를 수시로 청소 할 수는 있을까? 한달에 한번 이상 깨끗하게 청소하는 업체가 있다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일년동안 한번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모 케이블 TV에서 제빙기 얼음 상태를 조사했었다. 결과는 화장실 물보다 세균이 많다는 것이었다. 제빙기 틀이 플라스틱과 쇠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녹이 나는 경우도 있다.

저녁에는 얼음 만들기 바쁘고 가게문을 열면 퍼다 쓰기 바쁘다 보니 제빙기 전원은 일년 내내 켜져 있고 중간에 청소하는 작업을 하기란 사실상 힘들다. 아니 힘든게 아니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빙기가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니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가?

제빙기 안이 그렇게 더럽다는 사실은 설치 3개월이 지나 고장으로 기사를 다시 불렀을 때 알게 되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출장 수리 비용이 4만~5만 원이나 한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답답하면 다 내게 되어 있고 비싸다고 하는 가게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금 더 좋은 식용유를 섭취하기 위해 포도씨유와 올리브유를 먹고 천연 조미료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한 주부들은 이곳 저곳 발품을 파는 것이 현실이다. 여름이 오기전에 우리는 아마도 제빙기와 싸움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소연(극작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