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에 쏠리는 국내·외의 관심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뜨거울 것 같다. 진보개혁세력이 3기 연속집권을 통해 장기 집권체제로 돌입할 것인지, 아니면 절치부심해 왔던 보수세력들이 정권을 교체시킬 것인지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양 세력 간의 긴장수위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선거전의 판세를 가를 변수들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현재의 대선구도는 사실상 한나라당의 독주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압도할 정도의 여론 지지도에 힘입어 대세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 때문인 듯 당내 후보경선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이명박 전 서울시장·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갈수록 탄력받는 가운데 원희룡 의원에 이어 소장·개혁파들의 출마경쟁도 잇따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세론이 역대 대선에서는 그다지 통하지 않았다. 2002년 대선에선 5년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지켰던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선거일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추월당하기 시작하다가 결국 무릎을 꿇게 됐고, 1997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었다.
선거변수가 돌출될 때마다 대선 정국이 어김없이 요동쳤던 것. 게다가 현 상황은 여권이 정계개편을 통해 대선 판짜기에 돌입하기 전의 과도기로 한나라당과 달리 여당은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에 돌입하기 이전인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등 내분이 계속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계개편 정국이 임박해지면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물론, 천정배 전 법무장관과 김혁규 의원 등 영남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서서히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내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주요 변수들로는 ▷정계개편과 개헌 ▷남북관계 ▷지역구도 ▷제3후보론 등이 꼽힌다.
정계개편 및 개헌문제와 관련해선 현재의 정치판 구도를 유지하는 게 유리한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등 현 구도를 뒤바꿔야 하는 쪽은 적극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간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며 이 틈새에서 대선주자인 고건 전 총리는 중도세력 통합론을 기치로 세를 확산, 범여권 단일 후보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내년 2월로 예정된 여당의 전당대회를 전후해 여권에서는 본격적인 '헤쳐모여'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에서도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돌발 변수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집권을 강력 반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과거에 비해 더욱 적극적으로 선거전에 개입할 공산이 있다. 게다가 북핵문제의 향배도 변수가 될 수 있는데, 이 문제가 핫 이슈가 될 경우 대선 정국이 한반도 주변 4강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릴 수도 있다.
지역구도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들어 정치행보에 나서고 있는 '3김(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김종필 전 자민련총재)'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정국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게 된다면 지역 구도는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3후보가 누가 될지도 주목된다. 당선보다는 대선의 판세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의 이인제 후보, 1992년 대선의 정주영 후보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이 1, 2위 후보 중 어느 쪽 표를 더 많이 갖고 가느냐가 대선의 승부를 결정짓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이 후보를 낼지 여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변수 외에 각 후보진영의 선거 이슈전도 뜨거울 것이다. 여론 조사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되는 만큼, 이들 문제를 둘러싼 이슈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게 될 것이다. 경제문제 경우, 경제성장론과 빈부격차 혹은 사회양극화 해소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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