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기기가 아니면 성탄절 선물도 아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자녀 선물을 사기 위한 부모들의 러시가 한창이다. 너나 없이 발길을 멈추는 곳이 디지털 기기 매장. 매장마다 평소보다 찾는 고객들이 20~30% 늘었다는 평이다. 이들 매장은 이번 주말인 23~25일이 되면 평소보다 2배 가까운 손님들이 찾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부모들이 이렇게 디지털 기기 매장을 기웃거리는 것은 자녀들의 성화 때문. 하지만 가격이 수십 만 원대에 달해 부모들은 곤혹스럽다. 게임기 매장을 찾은 이석명(42·대구시 수성구 수성1가) 씨는 "올 초부터 PS2를 사달라고 졸라 연말까지 계속 미뤄왔는데 이제는 미룰 핑계가 없다."고 했다. 홈플러스 대구점 생활문화 담당 정호동(26) 씨는 "PS2나 PSP의 경우 17만~28만 원 정도 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찾아왔다 생각해보겠다며 아이들을 타이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정 씨는 PS3가 언제 나오느냐며 문의 전화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MP3나 디카, 전자 사전 등도 예외가 아니다. 동아쇼핑 직원 최신준(30) 씨는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상당수 인터넷에 개인 블로그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며 "블로그를 꾸밀 수 있는 디카나 MP3 등 디지털 기기에 목맨다."고 설명했다.

이진선(39·여·대구시 수성구 수성1가) 씨는 "아이가 워낙 디카라고 노래를 불러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보통 수십 만 원 하기 때문에 큰마음을 먹어야겠다고 푸념했다. 대체로 부모들은 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고가라 선뜻 지갑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디카의 경우 20만 원대, 전자사전의 경우 10만~20만 원, MP3의 경우 15만 원대 제품들이 선물용으로 잘 팔리고 있다.

동아쇼핑 직원 최 씨는 "최근 목걸이형 MP3가 6만 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해 많이 사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직원 이호정(27·여) 씨도 "최근 MP3 등 디지털 기기들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업체에서도 점차 가격을 내리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어린이 선물로 각광받았던 장난감과 의류 등은 인기가 예년 같지 않다. 동아쇼핑 장남감 매장 직원 강은자(34·여) 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상태라 평소보다 2배 정도 매출을 기대하지만 소비 연령대가 매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초등학교만 넘어서면 로봇 같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 일부 TV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로봇 등을 제외하면 판매가 별로 없다고 했다. 세 살배기 아이 장난감을 보러 온 김혜선(32·여·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씨는 "요즘 초등학생 조카를 보니까 장난감 대신 게임기 같은 걸 갖고 놀더라."고 말했다.

어린이 의류도 마찬가지. 권미영(32·여) 동아쇼핑 주임은 "예년만큼 크리스마스 특수가 되질 않는다."며 "매출이 점차 분산된다."고 밝혔다. 의류 같은 것은 그때 그때 필요할 때 부모들이 사주기 때문에 선물로서의 가치가 점차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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