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한은은 미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국제유가 재급등 및 북핵사태의 악화 가능성 등 하방리스크 요인이 있으나 2007년 중 우리 경제는 4.4%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해에는 세계경제의 양호한 성장에 힘입어 수출이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도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우리 경제가 금년의 5% 수준보다 낮은 4%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4%대 중반의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성장률인 잠재성장 수준이다. 7~8%의 고성장에 익숙했던 우리의 마인드를 달라진 환경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고성장기를 지나면서 추세적으로 낮아져 왔으나 2000년대 들어 그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잠재성장률 수준은 추정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1980년대의 7~8%, 1990년대의 6~7% 수준에서 2000~2005년 중에는 4%대 중반으로 하락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는 글로벌 경쟁 심화로 범용기술 제품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설비투자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고 보수적 경영행태의 확산과 규제지속 등으로 국내의 설비투자가 위축된 데 기인한다.
또한 산업구조가 IT산업을 중심으로 외견상 선진화되었으나 IT관련 핵심부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함에 따라 산업연관관계가 취약해진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 의료 등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해 관련 소비수요가 해외소비로 대체되는 것도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2007년에는 우리 경제가 잠재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중앙은행이 거시경제정책을 경기대응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보다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와 같은 낮은 잠재성장률로는 양극화를 완화시키고 취업난을 해소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일자리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축되어 있는 기업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규제완화, 기업가 정신 고양,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기업의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둘째, 수입의존도가 높은 IT관련 소재부품산업을 육성하고 타산업에서의 IT 활용도를 제고하여 산업 간 연관관계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IT 산업을 기반으로 BT, NT 등 이업종과의 기술융합을 촉진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 동력산업을 꾸준히 발굴해 나가야 한다. 셋째,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적극 육성하는 등 서비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제조업 등 생산활동과 연관성이 높은 사업서비스 등의 전문화·대형화를 유도하는 한편 교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 분야도 시장성에 초점을 맞춘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노동력 공급 둔화에 대응하여 여성 및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끝으로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기업대출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되고 있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안의 하나로 공신력을 갖춘 공적기관을 신용위험 중개기관으로 신설하여 중소기업대출의 신용위험을 경감하고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출유동화 증권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섬유 등 전통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역의 생산시설이 저임금 국가로 이전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도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신성장업종이 지역내에서 자생하고 서비스산업의 창의적인 발전이 촉진되도록 지자체가 적극 노력하는 한편 지역 금융기관들이 혁신형 중소기업과의 관계형 금융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도 지역의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에 관한 조사·연구를 강화하고 있으며 총액한도대출을 통해 지역의 유망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어 국민경제와 더불어 대구·경북 경제의 힘찬 도약을 기대한다.
안세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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