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권 놀음'에 떠밀려 난 '예산 국회'

국회가 또 꽉 막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이미 정기국회를 虛送(허송)하고 임시국회를 연 여야는 여전히 사학법 재개정 때문에 아무 안건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우선 내년 예산안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어떤 안건도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 다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지만 특히 집권여당은 그렇게도 政治力(정치력)이 없어 1년 내내 사학법 하나로 국회가 묶이도록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사실 두 당은 사학법이 아니라도 국민이야 엎어지든 말든 관심이 없다. 일찌감치 '대권 놀음'에 정신 팔려 국회에 3천 건의 법안을 묵혀 두고 있다. 내년 예산안도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어기고 정기국회를 그냥 흘려보내더니, 다시 문을 연 임시국회에서 지난 15일 처리키로 한 약속까지 위반했다. 이러고도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계속 私學(사학)의 개방형 이사제 폐지를 요구하면 非交涉(비교섭) 야 3당과 함께 예산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자칫 또 한 번 날치기가 등장할 태세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다. 실패한 정당을 깨고 통합신당으로 가자는 쪽과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당을 지키겠다는 쪽으로 갈라져 치고 받고 난리다. 내년 대선의 주도권 싸움이다. 통합신당파는 '평화 개혁 세력의 대통합'이란 포장을 들고 나와 민주당과 고건 씨를 끌어들일 궁리에 골몰해 있다. 당 사수파는 다시 세를 모아 親盧(친노) 집회를 가지며 맞서고 있다. 명색이 집권세력이란 사람들이 1년이나 더 남은 대선에나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예산안이 해를 넘기거나 지난해처럼 연말에 후닥닥 처리될지도 모를 일이다. 대선이 있는 해에, 총 지출 규모도 238조에 달하는 예산안이다. 나라 살림이 허투루 쓰일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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