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체험! 마카오 올빼미 테마여행] (3)가족사랑 여행

"시부모님도 부모님인데 당연히 모셔야죠!"라며 뇌졸중 환자였던 시부모를 싫어하거나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1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병 수발을 했던 아내. 막내 며느리였지만 종갓집 맏며느리 역할을 해야 했던 아내. 여태껏 나에게 잔소리 한번 한 적이 없는 아내. 그런 아내에게 나는 병간호란 큰 짐밖에 준 것이 없다. 남들처럼 신나는 휴가도, 멋진 생일 선물도, 결혼기념일 파티도 해 준 적이 없었다. 친자식인 나도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오히려 아내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번 마카오 여행은 결혼 10주년 기념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심적 부담 없이 훌훌 떠나는 최초의 여행이라 더 큰 기대와 의미를 갖는다. 호텔에 먼저 짐을 풀고 아내와 딸의 손을 꼭 잡고 파이팅을 외치며 우리의 화려한 외출을 시작했다. 관음당에 들러 가족들의 안위와 건강을 빌고 난 후 손문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린이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해서 모래가 아닌 푹신한 고무 소재의 바닥재로 마감한 놀이터는 깔끔하기 그지없다.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예쁜 카페가 있으면 무작정 들어가서 따뜻한 차와 빵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또 출출하다 싶으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식당에 들어가 한자와 포르투갈 글이 가득한 메뉴판을 보며 어떤 것이 맛있을까 고민하며 현지 음식을 즐기기도 했다.

포르투갈 와인이 유명하다는 입소문을 듣고 들른 와인박물관 안에는 수백 년 된 와인이 삼엄한 경비 아래 전시되어 있다. 시식코너에서 포르투갈인으로 보이는 잘 생긴 청년이 권하는 와인을 맛보기도 했다. 와인잔을 든 아내는 마치 10년 전 연애할 때의 느낌이라며 감격해했다. 딸 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안쓰럽다. 조용히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다. 다리의 피로를 풀 겸 해서 한 시간가량 가족 모두 발마사지를 받았다.

1월이면 결혼 10주년이기에 선물을 사주겠다는 나의 호의를 기어이 마다하는 아내. 대신 마카오 타워에서 딸아이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고 마지막 코스인 피셔맨 와프(어부의 항구)로 향한다. 로마 경기장 모양부터 이탈리아, 영국 등 각국의 건축양식들로 이루어진 거리는 마치 세계여행을 하는 듯한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귀국을 위해 도착한 마카오공항 대합실에서 여행의 묘미를 다시 한 번 느끼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여보! 나 같은 사람과 결혼해줘서 고맙고, 지금까지 고생하며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자기 말대로 10년을 살아도 1년 된 듯한 우리의 사랑, 앞으로도 변치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살자.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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